미 식품의약국(FDA)이 6일(현지 시각)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최초의 치료제 ‘레켐비(Leqembi)’를 정식 승인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서서히 축적되는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기억력과 인지 기능 악화 속도를 저하시킨다.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은 인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개선시킬 뿐 병의 진행 속도 자체를 늦추지는 못했다.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 긴 시간 고통스럽게 하면서 ‘가장 파괴적인 질병’으로 불려온 알츠하이머 정복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정맥 주사로 투여한다. 미국의 경우 600만명에 이르는 알츠하이머 환자 가운데 6분의 1 정도인 100만명이 투여 가능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켐비는 179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5개월가량의 병세 둔화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임상 과정에서 뇌부종·뇌출혈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고, 심각한 뇌출혈로 숨진 환자도 2명 있었다. 하지만 FDA 자문위원들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에 비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다”며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신경전문의 로런스 호니그 교수는 CNN에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신기원이 시작되는 첫걸음”이라며 “더 효과가 높은 치료제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 기준 연간 2만6500달러(약 350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에자이는 지난달 8일 한국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켐비 시판 허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승인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