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자연의 회복력이 한계에 달했고 앞으로는 이로 인해 발생할 재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자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병식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 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기후 위기’라는 말이 적절한 시대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의사 과학자, 왜 얼마나 필요한가?’, ‘기후위기 골든 타임 10년, 과학적 해법은?’, ‘챗 GPT 등장, AI 미래와 과학·윤리’ 등 3가지 세션을 나눠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와 언론인·전문가가 참석한 토론회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현재의 기후 위기 상황에서 재난 방지 설계를 다시 할 때”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한복판인 강남에서 자꾸 수해가 발생하는 것을 봐도 도시 계획과 연계된 재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는 오래됐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에 대해 “각 국가의 감축 목표는 과학적으로 도출된 결과값”이라며 “다만 각 국가들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느냐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기후 변화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진 꿀벌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제시됐다. 나성준 연구사는 “수분률이 높은 꿀벌은 가축처럼 관리되고 있어 최근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꿀벌 이외의 야생벌, 또 다른 수분매개자의 보호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후 위기 세션에 앞선 ‘의사 과학자’ 세션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만큼 유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상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의사과학자인 김한상 연세대 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저만 해도 일주일에 200명을 보고, 1년이면 1만 명 정도를 진료한다”며 “연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료를 하면 수익이 나오는 측면을 고려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챗 GPT’ 세션에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대해 다양한 현황이 공유됐다.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지능창의연구소장은 “컴퓨팅 파워와 대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AI 산업이 발전하면서 저탄소 해결법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미 챗 GPT 등 AI 기술이 반 인격체처럼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다. 빠른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인간이 가진 창의성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AI를 키워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학기자대회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과학적 이슈와 현안에 대해 전문가와 언론인이 모여 과학적·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