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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알츠하이머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들도 힘든 질병이다. 그동안 전 세계 과학자와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를 정복하려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은 질병 자체를 치료하기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최근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최초의 치료제다.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효능이 개선되고 복용이 편리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치료제 표적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의학이 발달하면서 암도 치료하고 인류의 수명이 늘었지만 의학계에서 알츠하이머는 여전히 난제였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원인도 불분명하고 치료제 개발은 더욱 어려웠다. 뇌에 쌓인 이상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는 수많은 동물 실험에서는 효과가 좋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효과가 작았고 부작용도 컸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는 일반인과 달리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많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신경세포(뉴런) 막에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이 있다. 베타 절단 효소와 감마 절단 효소가 APP를 자르면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생겨난다. 일반인들에게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더 많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량체(單量體)가 뭉치면서 중합체(重合體)가 되고 중합체끼리 섬유 형태로 꼬이면서 궁극적으로 플라크가 된다. 이 플라크는 뇌 조직에 붙어 기억과 인지를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방해한다. 또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기 위해 뇌에 있는 미세아교세포와 성상교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신경염증이 유발된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료법으로 아밀로이드 베타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만들어내는 베타·감마 절단 효소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지 기능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뭉치지 않게 하는 치료제도 개발이 쉽지 않았다.

◇싸고 먹기 쉬운 약 개발돼야

최근에는 항체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항체 치료제 성분인 솔라네주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량체를 표적으로 한다. 간테네루맙, 레카네맙, 아두카누맙 등 다른 치료제들은 플라크로 뭉쳐지기 전 단계의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원리다. 이번에 허가받은 레켐비도 아밀로이드 베타가 섬유 형태일 때 제거한다. 레켐비는 임상에서 위약(가짜 약) 환자보다 인지능력 감소가 27% 늦게 진행됐다. FDA 허가를 기다리는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은 임상 3상에서 인지·기억 능력 저하를 35%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수 연세대 약대 교수는 “항체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비율이 1% 미만이고 아밀로이드 베타가 응집되는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타우는 뇌세포 안에서 뭉쳐 있고, 세포 안으로 치료제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손상된 뇌는 회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진행을 멈추는 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싼 약값과 복용 방법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교수는 “현재 값비싼 항체 치료제보다 저렴한 합성 신약이나 병원에서 오랫동안 주사를 맞는 대신 환자에게 편리한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네바다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은 141개로 187건이 임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