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우주의 구석에서 뻗어 나오는 최초의 빛을 관측하고, 성운의 먼지구름을 꿰뚫어 봄으로써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불과 1년 만에 우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새로 촬영하는 모든 이미지가 곧 새로운 발견이었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질문을 제시하고 답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항공우주국(NASA) 빌 넬슨 국장은 웹 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사진이 처음으로 인류에게 공개된 지 1주년 되는 날을 기념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웹이 촬영한 로 오피우치(Rho Ophiuchi) 구름(성운) 복합체의 사진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390광년(1광년=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9조4608억㎞) 떨어진 이 구름 복합체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형성 지역이다. NASA는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작고 조용한 별들의 탄생지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클로즈업 사진이 없었다면 관측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작은 별의 탄생 포착
작은 별들이 태어나는 모습을 담은 로 오피우치 구름 복합체 사진은 지난 3월 7일과 4월 4~6일 촬영된 것을 합성했다. 흑백으로 촬영한 뒤 적외선 필터를 활용해 컬러 이미지로 변환했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 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사진에는 두꺼운 먼지 덩어리가 원시별을 만들고 있는 모습, 50개의 젊은 별이 태어나는 모습, 별이 폭발하면서 수소 분자를 내뿜는 모습 등이 선명하게 담겼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1년 12월 발사돼 지난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 안착했다. 앞서 발사된 허블 망원경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고 있다. 라그랑주 L2는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빛의 왜곡이 없어 우주 관측에 최적이다. 허블 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웹 망원경은 적외선까지 포착해 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2년 차에 더 도전적 관측 나서
지난 1년간 웹 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750편에 이르는 논문이 출판됐다. 허블 망원경이 30년간 가동되면서 약 1만7000편의 논문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 평균 관련 논문 수가 30%가량 많았던 셈이다. 아기 별의 탄생 장면, 블랙홀의 움직임 등 과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예측했으나 관측하지 못했던 우주의 현상들이 웹 망원경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웹 망원경의 첫 관측 영상은 SMACS 0723 은하를 촬영한 것이었다. 이 은하는 지구로부터 46억광년 떨어져 있고, 중력이 강해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발생한 초기 우주의 빛을 확대하고 휘게 하는 ‘중력 렌즈’ 작용을 한다.
웹 망원경의 사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지구에서 약 65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의 ‘창조의 기둥’이다. 성간 먼지와 성간 가스가 뭉쳐 기둥처럼 솟구친 이 성운의 끝자락은 활발한 에너지 활동으로 끊임없이 별들이 탄생하는 곳이다. 웹은 밝게 빛나는 별(WR 140) 주변에 나이테처럼 빛의 고리가 발생하는 항성풍의 흔적을 관측하기도 했다. 이 별은 죽음을 앞둔 두 별이 함께 돌고 있는 쌍성인데, 두 별이 가까워지면서 발생하는 먼지 분출 현상을 포착한 것이다. 또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는 5개의 은하를 촬영해 ‘스테판 5중주’로 불리는 사진도 있다.
웹은 이밖에도 지금까지 관측된 은하 중 가장 오래된 135억년 전 탄생한 은하(JADES-GS-z13-0), 태양계 밖의 외계 행성(HIP 65426 b)을 최초로 촬영했고 외계 행성(WASP-39 b)에서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명확히 포착하기도 했다. 외계행성 촬영 당시 가디언은 “80km 떨어진 거대한 등대 옆의 반딧불이를 포착한 것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NASA 책임 연구원 제인 릭비는 “지난 1년간 우리는 이 망원경이 얼마나 강력한지 파악했다”며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도전적이고 야심찬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