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조선일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위약 대비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특히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와 75세 이하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발휘했다. 도나네맙은 앞서 FDA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 ‘레켐비’에 이어 세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17일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실었다. 릴리는 지난 5월 같은 내용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번 보고서는 동료과학자 검증(피어리뷰)을 거쳐 소개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있는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이 위약을 투여한 환자들보다 인지력 저하가 약 35%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허가를 받은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와 비슷한 결과다. 릴리도 FDA에 도나네맙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회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특히 75세 이하의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아직 알츠하이머로 진단되지 않은 가벼운 인지 장애 환자들에게서 특히 효과가 두드러졌다.

다만 이 보고서와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임상 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 길 라비노비치 교수는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진행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며 신중한 사용을 권고했다. 도나네맙 또한 레켐비와 마찬가지로 일부 투약 환자에게서 뇌 부종과 미세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도나네맙도 레켐비처럼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에 작용하는 신약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는 일반인과 달리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치면서 발생하는 것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다. 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는 뇌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레켐비는 플라크 생성 전에 아밀로이드에 작용해 플라크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도나네맙은 존재하는 플라크를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