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최근 취득한 ‘레켐비’의 뒤를 이을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일리의 ‘도나네맙’이 임상 3상 시험에서 위약(시험 결과 비교를 위한 가짜약) 대비 인지력 저하를 35%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초기 환자에게 투약한 경우 인지력 저하 속도를 60%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라이 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17일(현지 시간)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해당 임상 가운데 알츠하이머 극초기 환자들에게 대한 결과 분석이 심층 발표됐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있는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은 위약을 투여한 환자들보다 인지력 저하가 약 35% 늦어졌다. 이는 최근 FDA 정식 허가를 받은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와 비슷한 결과다. 릴리도 FDA에 도나네맙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연내 정식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도나네맙은 75세 미만 경도 인지 장애 환자들에게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경도 인지 장애 환자들의 경우 인지 저하가 최대 60%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이상 환자들에게서는 최대 29% 인지 저하가 지연된 반면 75세 미만일 경우 최대 48%까지 지연됐다. 다만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진행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도나네맙도 레켐비처럼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에 작용하는 신약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는 일반인과 달리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치면서 발생하는 것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다. 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는 뇌 신경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레켐비는 플라크 생성 전에 아밀로이드에 작용해 플라크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반면, 도나네맙은 존재하는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과를 낸다.

두 약은 같은 아밀로이드 항체 기반 치료제인만큼 부작용도 비슷한다. 도나네맙은 투약군의 24%가 뇌부종이나 뇌출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고 레켐비는 13%가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2021년 가장 먼저 FDA 정식 승인을 받았던 아두헬름이 안전성 논란으로 현재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작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디애나 의과대 알츠하이머 연구 교수인 리아나 아포스톨로바 박사는 로이터에 “약을 쓴다 해도 엄격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