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람을 죽인 적이 있습니까?” “네.”, 당황하는 수사관들. “당신은 남편 임호신을 죽였습니까?”, “아니요.”

영화 ‘헤어질 결심’ 가운데 인상 깊었던 거짓말 탐지기 장면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신문하는 장면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짓말 탐지기의 공식 명칭은 ‘폴리그래프’이고, 사람들이 거짓을 진술할 때 평소와는 다른 신체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활용해 호흡, 맥박 등의 생체 신호 반응 그래프로 진실 여부를 판단한다.

KIST 연구자가 눈의 움직임 등 생체 신호 기반으로 감정을 판단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KIST

안면 이미지를 분석해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AI를 기반으로 영상에 나타난 대상자의 표정, 미세한 떨림 등을 바탕으로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 같은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감정 인식은 여전히 난해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감정이 가장 크게 표출되는 신체 기관은 얼굴이지만, 얼굴 표정이 모든 감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감정을 정확히 판단하기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 얼굴 정보뿐만 아니라 얼굴 내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동공의 크기 변화 등 자율 신경계 반응 정보도 함께 활용되어야 한다.

KIST는 사람의 감정을 판단하기 위해서 안면 영상에서 다양한 특징을 분석할 수 있는 AI 기반 생체 신호 감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얼굴 표정과 더불어 눈 깜빡임 빈도, 동공의 움직임 속도, 시선의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추출해 이를 신호화하고, 분석하는 연구다. 영상을 통한 비접촉식 심박수 추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신체의 내적 생체 신호와 얼굴로 표출되는 외적 생체 신호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고성능 감정 판단 기술 설계도 진행 중이다.

이런 기술을 토대로 범죄 수사에서 용의자의 신문뿐만 아니라 출입국 심사 시 밀반입을 시도하려는 대상자를 선별하거나 보이스피싱 피해자 감지 및 예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한 발 더 나아가 대상자의 감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나 스마트 홈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술이다.

KIST 인공지능연구단 남기표 선임연구원

물론 지금의 AI 기반의 생체 신호 감지 기술은 CCTV 등과 같은 일상생활 환경이 아닌 표준화된 상태에서만 작동할 수 있어서 궁극적인 설루션이 아닌 보조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술을 성숙시키는 과정과 함께 범죄 수사 등에서 더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실증 데이터를 쌓아간다면 사회 안전망의 핵심적인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