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세포와 관련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백신이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과 염증을 감소시켜 인지 능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알츠하이머 치료는 물론 예방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준텐도대 의과대학원 연구팀은 노화와 관련된 당단백질(SAGP)을 제거하는 백신이 알츠하이머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게 되는 죽상동맥경화증과 2형 당뇨병 등을 일으키는 SAGP를 표적으로 한 백신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SAGP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신경 세포에서도 많이 발현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백신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이번 연구는 30일(현지 시각) 미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심장협회(AHA) 기초심혈관학회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인간 뇌를 모방해 아밀로이드 베타 유도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 실험 모델을 만들었다. SAGP 백신 효능을 시험하기 위해 알츠하이머에 걸린 생후 2개월과 4개월 된 쥐에게 각각 위약과 SAGP 백신을 투여했다. 백신을 맞은 쥐들은 불안함을 보였는데, 이는 주변 환경을 잘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 말기 환자는 주변 상황들을 인지하지 못해 불안해 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SAGP 백신은 언어 처리와 주의력,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대뇌 피질 영역의 아밀로이드와 관련 염증을 크게 감소시켰다. 생후 6개월 된 쥐를 대상으로 한 미로 찾기 시험에서도 SAGP 백신을 맞은 쥐가 환경에 더 잘 반응했다. 연구팀은 SAGP 단백질이 중추 신경계 면역 방어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와 가까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미세아교세포는 플라크 제거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염증 반응을 일으켜 알츠하이머 발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다른 연구에서도 백신으로 플라크 침전물과 염증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SAGP 백신은 행동과 인지에 실질적인 변화를 줬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며 “백신이 인간에게 효과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거나 심지어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