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고차원적인 물리 현상임에도 대중이 뜨거운 관심을 보내며 이슈가 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밈(인터넷 유행어)이 다수 올라오는가 하면 유튜브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영상이 쏟아지며 많게는 조회수 120만회를 기록했다. 지난 2일 10~20대가 주로 사용하는 X(옛 트위터)에는 #초전도체, #LK99가 한국 트렌드 키워드에 올랐다. 보배드림, MLB파크 같은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초전도체 관련 글이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논문이 알려진 초창기 온라인에 올라온 밈 대부분은 해당 기술을 희화한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앞에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에 ‘저는 사막에서 조그맣게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의 최첨단 초전도체 기술을 배워가고 싶다’는 멘트를 넣은 사진이 활발하게 공유됐다. 이 밖에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의 특징을 살려 세빛섬이 공중에 떠있는 이른바 ‘세빛 하늘 둥둥섬’의 이미지, 압구정 로데오거리, 광화문 광장, 판교 등이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미래 도시 모습으로 바뀐 식이다. 누가 더 재치 있는 이미지와 문구를 만드는지 경쟁이 붙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밈이 만들어졌다.
조롱성 밈은 점차 희망과 기대, 애국심을 담은 내용으로 변해갔다. 온라인에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LK99가 해결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다수 올라왔고 ‘이번 기술 개발이 과학계에서 인정받길 간절히 바란다’ ‘석배형 진짜라고 해주세요’ 같은 댓글도 잇따랐다. 5달러 지폐 사진에 ‘10원’이라는 제목이 붙었고 ‘한국 화폐 가치가 올라서 10원이 5달러와 맞먹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초전도체 발견으로 미국이 한국의 아홉 번째 도(道)인 아메리카도로 편입될 것’이라거나 연구진이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호는 대한에서 고려로 바꾼다’는 상상까지 등장했다.
기술의 진위와 상관없이 연구진의 노력에 가치를 두는 내용도 많다. 연구진 중 한 명인 김지훈씨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20년간 약 1000번의 실험을 반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물질을 만들어서 실험한 뒤 가능성이 있으면 계속 연구하고 아니면 다시 처음부터 다른 물질을 만드는 일을 반복한 끝에 LK-99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상온 초전도체가 진짜든 아니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수십년씩 도전할 수 있는 꿈과 열정, 자기확신이 멋있다’는 글이 올라와 200명에 가까운 추천을 받았다. 이들의 연구실 주소가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 빌딩 지하 1층이라는 점 때문에 “지구를 구할 첨단 기술 개발을 지하 연구 실험실에서 해낸 것”이라는 밈도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