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메듭’이 서비스 중단을 알렸습니다. 메듭은 지난 2년간 사용자와 병원을 연결해 화상 통화로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메듭 측은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으로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이 어렵게 됐다”고 했습니다. 최근 2개월간 이렇게 문을 닫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 업체가 벌써 7곳 입니다.

국내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처음으로 한시적 허가를 받고 시작됐습니다. 비대면 의료 도입은 2000년부터 추진됐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극심하던 2020년 말 법 개정을 통해 재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잠시 허용된 겁니다.

문제는 올해 공식적으로 엔데믹이 선언되면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면서 현재 운영 중인 업체들을 연착륙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와 플랫폼 사업자들 간 의견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계도 기간을 시작했는데, 이 계도 기간은 8월이면 끝납니다. 계도 기간 동안에는 재진 환자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약 배송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진환자 이용을 허가하지 않으면 신규 환자 유입이 어려워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초진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면 오진 위험이 높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꾸렸지만 두 달간 2차례 회의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해결 방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아마존 클리닉’ 사업이 이달부터 50개 주로 확대됐습니다. 경증질환자 대상 원격 진료는 물론 약국 처방과 배송까지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해외에서는 의료 시스템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데, 국내에서는 지지부진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을 보자니 모빌리티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타다’ 사례가 떠오릅니다. 또 하나의 혁신 산업이 기득권과 제도 장벽에 막혀 좌초될 위험에 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