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무기는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을 선보이는 식이다. 기존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의 가치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창업은 발명과 닮았다.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창 시절 발명에 빠졌던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미래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꿈꾸는 발명왕 출신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4인을 만났다.

그래픽=정인성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지원 필요”

이관우 버즈빌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을 통해 지금까지 5번 창업한 ‘발명의 달인’이다. 그의 첫 발명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버튼식 도어스토퍼’다. 현관문 아래 달린 도어스토퍼를 매번 손으로 올리는 게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 도어스토퍼에 버튼을 달아 자동으로 올라오게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특허를 판매하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조언으로 아예 특허를 공개해 모두가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대표가 2012년 창업한 인공지능(AI) 기반 리워드 광고 플랫폼 버즈빌은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롯데, 신세계, 카카오뱅크 등과 협업하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발명할 때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 개선 요소 등을 고려하는데 이는 창업 준비 과정과 똑같다”면서 “창의 발명 교육은 창업가를 양성하는 과정인 셈”이라고 했다. 헬스케어 기업 웰트의 강성지 대표이사는 민족사관고 재학 중 학생발명전시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당시 그의 출품작은 ‘빛의 투사 범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가로등’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발명가로서 자질은 의대 진학 후 헬스케어 기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웰트는 2016년 삼성전자에서 분사(스핀오프)한 기업이다. 강 대표가 2014년 제안한 ‘스마트벨트’가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이 계기였다. 지금은 불면증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기기(Dtx)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웰트의 불면증 치료 앱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획득 후 보건복지부 고시를 기다리고 있다. 약처럼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인정받은 것이다. 강 대표는 “학생들에게 발명을 투자와 매출로 잇는 방법을 알려주고, 부침이 있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어 실현 경험이 발명과 창업 연결짓는 기회”

마이다스 H&T는 잉크 형태의 신축성 전자재료 신소재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다. 영유아 모니터링 패드, 욕창 방지 간호용 스마트 베드, 골프 스윙 밸런스 시스템 등을 제작한다. 지난 1일 만난 장세윤 대표는 “나에게 사업은 발명의 연속”이라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고, 그것으로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이 원동력이다”라고 했다. 장 대표는 중·고등학교 재학 중 발명으로 대한민국인재상를 비롯한 11건의 상을 받았다. 장 대표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발명”이라며 “머릿속에 있는 것을 세상 밖으로 가지고 나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는 중학생 시절 코딩에 푹 빠져 지냈다. 문 대표는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하며 프로그래머를 꿈꿨다”고 했다. 그가 창업의 꿈을 품게 된 것은 특허청의 차세대영재기업인 육성 과정을 통해 현장의 기업인들을 만나게 되면서다. 문 대표는 “당시 아이폰이 막 세상에 나오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산업 현장의 변화를 기업인들과의 만남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대표가 창업한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현재 넷마블, 컴투스 등 500개 이상의 기업에서 해치랩스 웹3 설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민은행과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