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티베트고원 얼음 절벽에서 3억9000만년동안 살아온 타카키아 이끼. /네이처 홈페이지

특유의 빠른 진화 속도로 무려 약 4억 년간 혹독한 환경을 견뎌온 타카키아 이끼가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랄프 레스키 교수와 중국 서우두사범대 허이쿤 교수팀은 최근 타카키아의 DNA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으로 매우 빠른 진화 특성을 가졌음에도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타카키아는 히말라야 티베트고원 얼음 절벽에서 3억9000만년동안 살아온 화석 식물이다. 히말라야 4000m 이상의 고지대 등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으며 크기가 매우 작고 느리게 자란다. 레스키 교수는 “모두가 공룡에 대해 이야기하며 흥분하지만, 이 이끼들은 공룡들이 이곳에 왔다가는 과정을 모두 바라봤다”고 말했다.

타카키아 이끼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랄프 레스키 교수 트위터

연구팀은 지각변동으로 히말라야산맥이 솟아올랐을 때 이미 타카키아가 등장한 지 1억년이 지난 시점이었다며,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은 비밀을 찾기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 이후 서식지인 티베트 고원을 10년간 18차례 방문해 샘플을 수집했고 이끼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타카키아의 유전체(게놈)이 여러 세대 동안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거듭하면서 손상 회복에 탁월한 유전자를 다량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이쿤 교수는 “타카키아는 매년 8개월간 눈에 덮여있고 나머지 4개월은 고강도 자외선을 받는다”며 “이에 대응해 유연한 가지 뻗기가 발달했고 폭설과 자외선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개체군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빠른 진화 속도로 무려 약 4억 년간 혹독한 환경을 견뎌온 타카키아 이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랄프 레스키 교수 트위터

이렇게 빠른 적응으로 수억 년을 견뎌온 개체이지만, 연구팀은 현재의 온난화와 서식지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타카키아가 살아남을 기간은 100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티베트고원의 타카키아 개체 수는 매년 1.6%씩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식지 역시 줄어들어 금세기 말에는 세계적으로 1500㎢ 정도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연구팀은 타카키아의 멸종을 막기 위해 실험실에서 개체를 증식한 뒤 티베트고원에 재이식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레스키 교수는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도 사라질 수 있다”며 “공룡의 등장과 멸종, 인간의 등장을 지켜본 타카키아로부터 회복력과 멸종에 대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