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8일(현지 시각) 위고비가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 위험을 20% 낮췄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2018년부터 심혈관 질환이 있고 과체중·비만인 45세 이상 성인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주 1회 위고비와 위약(僞藥·가짜약) 중 하나를 투여했다. 그 결과 위고비 투여자들은 위약 투여자들에 비해 주요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는 인체 내에서 GLP-1(Glucagon-like peptide-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배고픔을 줄여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위고비로 감량한 것으로 알려지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적응증(적용 질환) 확대를 위해 미국, 유럽 규제 당국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심혈관 질환 관련 효능이 인정되면 위고비가 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고비 정가는 한 달에 1350달러(약 178만원)로 높은 편인 데다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로 간주돼 대다수 보험사가 위고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연구 결과 덕분에 보험사들이 심장 질환 환자들의 위고비 약값을 일부 부담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위고비가 어떤 질환의 위험을 어느 정도 낮췄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역시 아직 동료 검증(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올 하반기 더 자세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덴마크 증시에 상장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17.26%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달러 기준 4230억달러(약 557조7000억원)로, 유럽 상장사 가운데 노보노디스크보다 가치가 높은 기업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