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뮤온 가속 장치. 뮤온이 자기장 속에서 어느 정도 진동하는지를 알아내는 실험이 이뤄졌다. /미 페르미 연구소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인 ‘뮤온(muon)’에 대한 새로운 실험 결과가 나와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년 전 같은 실험에서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 모델을 벗어나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 후속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페르미랩)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에 “뮤온의 자기(磁氣)적 속성을 알아내기 위한 ‘뮤온 g-2′ 실험 결과 표준 모델이 예측한 뮤온의 자기적 속성에서 벗어나는 값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뮤온은 블랙홀·중성자별 폭발 과정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해 만들어진 2차 입자다. 1936년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방사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17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하나인 뮤온은 전자(電子)와 같은 전화를 띠면서 질량은 200배가량 크다. 전하가 만들어내는 자기의 영향으로 팽이처럼 진동한다. 주변에 어떤 입자가 있느냐에 따라 진동의 세기가 달라진다.

입자 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표준 모형’에 따르면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뮤온의 진동 축은 흔들리는 정도(g값)가 ‘2′에 가까운 수치로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페르미랩 연구진이 지난 2021년 4월 강한 자기장 환경에 뮤온을 넣고 입자의 흔들림을 관찰한 결과 실제 뮤온의 g값은 예측값인 2보다 0.1%가량 컸다. 이는 뮤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진동한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더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2년 전보다 5배 많은 400억개의 뮤온 입자를 투입했다. 그 결과 뮤온의 g값은 2.00233184110으로 첫 실험 때처럼 표준 모형에 따른 g값보다 크게 나타났다. 수치 오차도 2021년 실험에서 도출된 g값의 오차와 비슷했다.

물리학자들이 뮤온의 자기 수치에 관심을 가지는 건 새로운 입자를 찾아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두 번째 실험 결과에 대해 “미지의 다른 입자나 힘이 작용해 뮤온에 자성이 더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학계에선 “더 많은 실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입자의 존재로 단정하기엔 아직 실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페르미 연구진은 오는 2025년 측정 정확도를 이번 실험보다 2배 높여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2년 뒤 실험 결과까지 종합해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