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이 초전도체 물질을 개발했다고 주장한 ‘LK-99′에 대해 국제 과학계가 사실상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6일(현지 시각) “지난 한 달여간 각국 연구진이 이 물질을 직접 만들어 검증했지만 어느 곳도 초전도체임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네이처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어떻게 과학 탐정들이 미스터리를 풀었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미국, 유럽, 중국 등 여러 국가 연구진이 검증한 결과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사이언스가 LK-99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데 이어 과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서 모두 부정적인 논평을 낸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LK-99의 자기 부상, 불순물 때문”

네이처는 지난 14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LK-99를 재현한 검증 논문을 인용하며 “LK-99가 보인 초전도 유사 현상은 이 물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인 황화구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이하 퀀텀에너지)에 따르면 LK-99는 구리와 황이 들어간 화합물을 900도가 넘는 고온에서 10시간 가열한 뒤 별도 가공을 통해 얻은 물질이다. 이 과정에서 황과 구리가 결합하며 만들어진 황화구리가 초전도체와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퀀텀에너지는 LK-99의 저항이 섭씨 104.8도에서 급격히 떨어졌다고 밝혔는데 이 온도는 황화구리의 물질 상태가 바뀌어 저항이 급감하는 온도와 같다”고 했다. LK-99에 일부 섞여 있는 황화구리의 전기저항이 크게 줄면서 자석 위에 뜨는 초전도체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퀀텀에너지가 공개한 영상에서 LK-99는 자석 위에서 완전히 떠있지 못하고 까치발을 든 것처럼 떠 있다. 하지만 LK-99 개발 과정에서 나온 황화구리가 성능이 좋은 자석일수는 있지만, 과학계가 기대하던 초전도체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초전도체 현상은 전기저항이 제로(0)가 돼야 나타나는데 섭씨 104.8도에서 황화구리는 저항이 크게 떨어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료공학 전문가인 프라샨트 자인 미 일리노이대 교수는 “연구진이 이 사실을 놓쳤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까지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비롯해 10여 건의 검증 논문이 공개됐지만 초전도체가 보여야 할 자기 부상 현상(마이스너 효과)을 관측한 사례는 없었다. 네이처는 또 “막스플랑크 연구진이 불순물인 황화구리를 제거한 순수 LK-99 결정을 갖고 실험한 결과 전기저항이 수백만 옴(Ω)에 달하는 절연체라는 걸 확인했다”며 “자석 위에서 뜨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업체 측이 밝힌 제조 방법대로는 초전도체 현상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미 아르곤 국립연구소 연구자를 인용하며 “(퀀텀에너지 발표는) 초전도체 현상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데이터 중 일부만 제시한 방식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아마추어 같은 연구”라고 평가했다.

◇샘플 공개 안 하는 퀀텀에너지 “노하우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력 학술지에서 초전도체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 측이 LK-99 샘플 공개를 거부하면서 완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퀀텀에너지 측은 현재까지 어떤 해외 연구 기관에도 샘플을 제공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경희대, 성균관대, 서울대, 포항공대 등 연구실 6곳이 LK-99 재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료 제작에는 2주, 특성 측정에 7~10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퀀텀에너지 측은 이날 본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LK-99 개발에 참여한 김현탁 전 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이달 초 본지에 이메일을 통해 “(LK-99) 제조 노하우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