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덴마크의 경제까지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내놓은 오젬픽과 위고비의 미국 판매량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 회사의 기업 가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덴마크 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14㎏을 감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이어트 비결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꼽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 2분기 위고비의 판매량은 약 7억3500만달러(약 9862억2300만원)를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6배 증가했다. 오젬픽의 매출은 약 21억55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9% 증가했다. 두 비만치료제의 흥행 덕분에 노보노디스크의 기업 가치는 올 들어 30% 이상 올라 18일 기준 약 4141억달러를 기록했다.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인 약 406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WSJ는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과 한 해 동안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측정하는 GDP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지만, 이 비교를 통해 노보노디스크가 레고나 칼스버그 같은 기업을 제치고 북유럽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두 비만 치료제가 미국에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잘 팔리면서 덴마크의 경제에 변화가 생겼다. 덴마크 최대 단스케 은행 고위 관계자는 WSJ에 “제약 회사(노보노디스크)의 수출 호조로 달러가 많이 유입되는 바람에 유로화 대비 덴마크 통화인 크로네 가치가 상승했다”며 “덴마크 중앙은행은 금리를 유럽 중앙은행보다 낮게 유지해 크로네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노보노디스크의 국내 투자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덴마크 경제에 도움이 되고, 다른 유럽 국가보다 낮은 이자율 때문에 주택 구매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어트를 향한 미국인들의 열망이 덴마크의 경제 발전에 일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