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찬드라얀 3호’가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도의 민간 우주 기업들이 있었다. 지난 50여 년간 인도 정부가 우주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갖춰졌고, 주요 부품과 인력을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찬드라얀 3호에는 전자 부품부터 우주 발사체 통신 및 항법에 사용되는 장치까지 민간 기업 기술 수백 개가 들어가 있다. 찬드라얀 3호가 달 착륙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장비와 부품을 납품한 업체들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임무에 참여한 대표 회사 13곳의 시가총액이 이번 주에만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 시각) “인도 우주 분야 회사들이 달 착륙을 통해 잠재적으로 인도의 우주 프로그램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찬드라얀 3호 성공의 일등 공신은 인도 방산업체 라르센 앤드 투브로(L&T)다. L&T는 50년 이상 인도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찬드라얀 1, 2호와 망갈리안 탐사 등을 통해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협력해 왔다. 찬드라얀 3호를 우주에 올려놓은 핵심 장비인 부스터와 노즐 등을 제조하고 자사 시설에서 내압 시험을 수행하기도 했다. L&T와 같이 ISRO의 여러 임무에 참여해 온 첨단 항공 기업 고드레이 에어로스페이스도 찬드라얀 3호 임무에 필수적인 로켓 엔진과 추진기를 개발했다.
이 밖에 인도의 전자 시스템 설계 및 제조 회사 ‘센텀 일렉트로닉스’도 찬드라얀 3호에 200개 이상의 핵심 모듈과 시스템을 공급했다. 인도 최대 발전 장비 제조업체 BHEL은 발사 및 기동 중 가동하는 전원 공급 장치와 배터리, 티타늄 추진제 탱크 등을 납품했다.
인도는 지난 2020년 모디 총리가 모든 우주 산업을 민간에 개방하면서 우주 산업 흐름이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다. 140여 우주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며 매년 투자금이 두 배 이상씩 몰렸고, 지난해에만 1억2000만달러의 신규 투자를 거둬들였다. 인도 AUM캐피탈은 “이번 성공으로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세계 우주 경제의 2%를 차지고 있는 인도가 10년 안에 8~10%로 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