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나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투약한 환자들이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술·담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줄어드는 일종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BS방송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위고비·오젬픽을 투약한 환자 중 일부가 알코올, 니코틴 등 중독성 강한 물질에 욕구를 덜 느끼는 증상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약성 진통제로 미국에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오피오이드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 사례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의료 기관 얼티밋 헬스 인스티튜트의 타미카 핸리 박사는 CBS 인터뷰에서 “위고비나 오젬픽이 도파민 분비를 저하시켜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코올이나 니코틴, 도박 등이 중독성이 있는 것은 이런 행동을 할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위고비나 오젬픽은 도파민 분출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도 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욕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핸리 박사는 “일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위고비가 이런 효과를 낸다는 연구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며 “제대로 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고비는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5% 체중 감소 효과를 내는 약으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위고비 열풍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유럽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 됐다. 증시 분석 업체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노보 노디스크의 시총은 4230억달러(약 563조130억원)로 프랑스 명품 대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쳤다. 전 세계 17위 규모다. 최근 주가 하락세를 겪고 있는 LVMH의 시총은 4190억달러를 기록했다.

위고비의 인기는 덴마크 경제도 바꾸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달 31일 제약 산업의 성장을 이유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1.2%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