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으로 유명해진 ‘위고비’ 인기가 치솟으면서 출시되는 국가마다 ‘재고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가짜 약’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유통되는 주사제를 오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5일(현지 시각) “오젬픽과 위고비가 ‘체중 감량 펜(weight loss pens)이나 ‘날씬해지는 도구(skinny kit)’란 이름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팔리고 있다”면서 “약사들은 이 약들이 건강에 위험한 ‘가짜 약’이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한다”고 했다.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소셜미디어 사진에는 냉장고에 ‘오젬픽’이라 쓰인 사각 박스가 가득 쌓여 있고 사진 밑에는 130파운드라고 가격이 적혀 있었다. 영국의 오젬픽 정품 가격은 150~170파운드며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위고비와 오젬픽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이유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서의 물량 부족이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영국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5월부터 미국에서 TV 광고를 중단하고 저용량 제품의 생산을 단기적으로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섰고, 일부 약국에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은 같지만 용량이 다른 오젬픽을 대신 처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처방전 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매한 약은 내용물의 출처나 제조사를 알 수 없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해당 약물을 오용하면 인슐린 문제로 인해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을 뿐더러 경각심이 적은 청소년들이 사용한다면 더 위험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는 다이어트 클리닉과 조제 전문 약국 등이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세마글루타이드로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노보노디스크가 법적 조치에 나섰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러한 복제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신고 받았다며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위고비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고, 이르면 내년 출시된다. 위고비 인기가 커지며 일부 국가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또다른 비만 치료제 삭센다 공급도 부족해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품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