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용하면서 ‘게으른 부자들의 살 빼는 약’으로 불리던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가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심혈관을 비롯한 각종 대사 질환과 난치병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술·담배는 물론 마약 사용에 대한 욕구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만병 통치약’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위고비의 인기로 비만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속속 신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위고비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알약 형태의 신약을 개발했고, 일라이릴리는 위고비보다 감량 효과가 더 큰 비만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 1형 당뇨에도 효과

6일(현지 시각) 미 버펄로대 연구팀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버펄로대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1세에서 39세 총 10명의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3개월 후에 모든 환자가 식사 시간마다 받던 인슐린 치료를 끊었고, 6개월 후에는 10명 중 7명의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안 맞아도 혈당이 유지됐다.

당초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주사제인 ‘오젬픽’을 대표적 성인병인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다. 그런데 사용자들에서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자 성분 용량을 더 늘린 ‘위고비’를 2021년 비만 치료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2형 당뇨는 식단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인슐린 분비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1형 당뇨는 인슐린 치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의학계의 상식이었다. 버펄로대 연구진은 “1921년 인슐린을 발견한 이래로 1형 당뇨 치료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위고비 마법은 이게 끝이 아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위고비가 심장마비,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노르셸란드 병원 연구진이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의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낮은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근 일부 투여자들은 위고비 투약 시 술·담배·마약 욕구가 감소하는 일종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더 강력하고 간편하게’ 비만 약 경쟁 심화

글로벌 제약사들은 위고비와 같은 원리의 비만 치료제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처럼 인체 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라는 호르몬을 흉내 내는 것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 억제, 위장 운동 조절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화이자는 올 초 먹는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약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 411명은 16주 후 평균 4.5kg이 감소했다. 주사제인 위고비, 오젬픽과 달리 알약 형태이기 때문에 복용이 간편하다. 일라이릴리는 미국에서 이미 당뇨병 치료제로 팔리고 있는 ‘마운자로’에 대해 비만 치료제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약은 임상 3상에서 72주간 투약 결과 참가자의 체중을 최대 15.7% 감소시켰다. 제약업계에서는 마운자로를 위고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본다.

다만 의학계에서는 이들 비만 치료제에도 부작용이 있다고 경고한다.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변비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우울증 등 정신적인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있어 제약사들은 “사용 중 정신적 변화에 유의하라”고 경고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7월 위고비 등 비만 약을 사용한 후 자살 충동 및 자해 충동을 경험했다는 보고를 바탕으로 세마글루타이드 등 성분에 대한 안전성 조사에 나섰다. 체중 감량 효과가 약을 계속 맞는 동안에만 유지되고, 끊으면 대부분의 체중이 돌아오는 문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