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충청북도 충주 이노스페이스 조립장에 들어서니 16.3m 높이의 우주 발사체가 놓여 있었다. 기술진 5명은 전기 모터 펌프에 리튬 배터리를 장착하려 외부를 감싸고 있던 프레임 제거 작업에 한창이었다. 해당 장비는 이노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경량화를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 센터에서 준궤도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내년 말 상업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가 열리면서 90년대 후반부터 연구해 온 하이브리드 엔진의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오는 2026년에는 연간 발사 횟수를 35회로 늘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2017년 창업한 이노스페이스는 한국 최초의 민간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이다.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의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며 우주 시장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무겁지만 모터펌프로 추력을 조절할 수 있고 구조가 단순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노스페이스 측은 1kg당 2만8000달러(약 3700만원)면 150kg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미국 민간 우주 기업 로켓랩의 발사 비용은 3만3000달러에서 3만8000달러 수준이다. 김 대표는 “로켓을 회수해서 재사용하는 기술 개발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말 시험에 착수해 2025년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판 스페이스X 노리고 뛴다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우주 산업이 ‘돈이 되는 시장’이라는 점이 입증되면서 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업체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위성 발사 대행이다. 위성 부품이 소형·경량화되며 중형 위성 한 기 대신 소형 위성 여러 대를 한꺼번에 쏘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우주 발사체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25년까지 최대 1만1700톤 규모의 위성이 우주 발사체가 없어 발사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며 “우주는 더 이상 대형 항공 회사나 공공 기관만의 공간이 아니게 됐다”고 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최초로 액체 메탄 연료를 기반으로 한 2단 우주 발사체 ‘블루웨일1′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4월 KAIST와 함께 3.2m 높이의 초소형 시험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액체 메탄 기반 블루웨일1의 상단과 하단 로켓 개발을 올해 완료해 이르면 내년부터 상업 발사에 도전한다.
우나스텔라는 한국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고도 100km에서 유인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 전기 모터 펌프 사이클 기반의 자체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초 자체 개발 연소기의 지상 연소 성능 시험에 성공했으며 내년 소형 실험용 발사체를 발사한다. 박재홍 우나스텔라 대표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우주에 가는 지금이 기회”라며 “궁극적으로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K스페이스 위해 정부·민간 힘 합쳐야
우주 발사체 기술 개발에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들고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하게 제한된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반 기술을 마련하고, 민간 기업들은 상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노스페이스는 2단형 소형 위성 발사체 ‘한빛-나노’에 필요한 페어링 분리와 단 분리 기술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이전받을 예정이다. 이미 세 번의 발사를 통해 검증된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으면 비용을 낮추면서 발사체 상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우주 산업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은 우주 발사체 기술의 해외 의존을 줄이고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정부가 고위험군 사업인 기반 기술 마련에 집중하고 민간은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한 재사용 엔진 기술 등에 나서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