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찾은 대전 쎄트렉아이 연구소. 방진복을 입고 들어간 연구소 내부에는 쎄트렉아이가 개발 중인 ‘스페이스아이-T’가 놓여 있었다. 스페이스아이-T는 무게 700㎏의 30㎝급 초고해상도 지구 관측용 위성이다. 이는 가로세로 30㎝를 하나의 화소로 인식하는 것으로, 우주에서 관측했을 때 도로 위 자동차를 구별할 만큼 정교한 수준이다. 쎄트렉아이 관계자는 “2025년 발사하는 것이 목표”라며 “발사에 성공하면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민간 기준 다섯 번째로 초고해상도 지구 관측 위성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초고해상도 위성 외에도 군집용 초소형 위성을 개발과 수집한 위성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정확도 높여 서비스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 직원이 초소형 위성 '옵저버 1A'를 살펴보고 있다. 옵저버 1A는 오는 11월 발사될 예정이다. /나라스페이스

민간 위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위성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스페이스X 등 민간이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며 발사 가격이 낮아져 그만큼 위성 기업들에도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술 발달 덕분에 소형 위성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수집해 보정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62억달러(약 21조6000억원)였던 위성 제조 시장은 2031년 27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발사체와 운용 기술은 한국과 선진국의 격차가 꽤 있다. 하지만 한국의 위성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2년 우리별 1호 발사 당시만 해도 한국은 영국 대학 연구소를 찾아가 기술을 어깨너머로 훔치다시피 배워가며 위성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해상도 위성인 아리랑과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등 위성을 자체 개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지금까지 한국이 만들어 쏘아 올린 위성은 20여 기에 이른다. 정부는 2027년까지 다목적 실용 위성 2기, 차세대 중형 위성 4기, 100㎏급 초소형 군집 위성 11기를 발사·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위성 개발업체 쎼트렉아이는 도로 상의 자동차도 식별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2025년 발사가 목표다.

특히 민간 차원의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는 오는 11월 큐브 위성(초소형 위성) ‘옵저버 1A’를 발사할 예정이다. 지구 500㎞ 상공에서 1.5m급으로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데 보정을 통해 0.5m까지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내년에도 ‘옵저버 1B’와 ‘부산샛’ 등 두 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다. 쎄트렉아이는 국내 최초 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1999년 설립한 회사다. 쎄트렉아이는 자체 위성 개발뿐 아니라 국내외 30여 개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위성 완제품 7기를 말레이시아,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새로운 우주 강국으로 떠오른 UAE도 쎄트렉아이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았고, UAE 연구자들이 KAIST에서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위성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이 이제 해외에 위성 기술을 수출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성공한 달 탐사선 ‘다누리’도 한국의 위성 기술과 우주 항행 기술이 합쳐져 이뤄낸 성과다.

위성은 단순히 지상 관측에 그치지 않고 수집한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과거 위성은 군사용으로 많이 쓰였지만 이제는 통신, 환경 감시, 재난 관리 등에 필수적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위성으로 수집한 사진·위성의 정확도도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위성 제작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 많은 위성 서비스 업체가 등장하면서 생태계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