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전 과기처 장관. /박건형 기자

약사이자 변리사 출신으로 4선 의원을 지낸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향년 85세로 13일 별세했다.

1938년 경북 청도군에서 태어난 이 전 장관은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제약에 입사, 상무이사를 지냈다. 이후 1981년 민주정의당 1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고, 같은 당 소속으로 12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988년 12월부터 1990년까지 노태우 정부의 두 번째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냈다.

고인은 약학박사 학위와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과학기술통’ 정치인으로 불리며, IT와 과학 발전에 힘썼다.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부산 남구에서 당선될 당시 공약으로 ‘10만 해커 양병설’을 주창해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의 전쟁은 사이버 전쟁이 될 것이고, 하드웨어 중심의 군 시스템을 바꿔 전자군복무제를 도입하고 온라인을 통해 운영되는 해커부대를 창설하자는 취지였다. 기초과학연구지원법, 이러닝산업발전법, 전자상거래 특별법 입법을 주도하고 16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우주소년단 총재, 과학기술진흥재단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과학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2년 ‘과학경제 대통령’을 내세워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미래를 예측하고 창조적 과학기술 경제를 이끄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탈락했다. 정계를 떠난 뒤에도 대한변리사회장, 세계사회체육연맹(TAFISA) 회장, 가천의과학대 석좌교수, 국립과천과학관장, 부경대 석좌교수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말년에는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아 소형 원전 도입과 개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유족으로 자녀 이승훈·이경아·이경은씨와 사위 남기세·송상훈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 (02)301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