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약 2조원을 투자해 인천 제2바이오캠퍼스에 짓고 있는 5공장(생산규모 18만L)의 완공 시기를 5개월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4월 착공한 이 공장의 완공 예정 시기는 당초 2025년 9월에서 4월로 변경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준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은 글로벌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빨리 공장을 짓고, 수주를 많이 할 수 있느냐에 시장 주도권이 달려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78만4000L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돼 세계 1위 기업 자리를 굳힌다.

한국 대기업들이 바이오 시장이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사업들보다 훨씬 더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이다. 삼성과 셀트리온이 주도하는 CDMO 사업에 롯데가 가세했고 SK와 GS, LG, CJ는 아예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인천 송도에 있는 3공장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현재 짓고 있는 5공장의 완공 시기를 5개월 앞당길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 된 송도

CDMO는 의약품 생산시설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대신 개발·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로 치면 ‘파운드리(위탁 생산)’에 해당한다. 비용 절감과 개발 효율을 추구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CDMO 산업도 급성장하자 앞서 바이오 투자를 시작한 삼성이 먼저 CDMO에 눈을 돌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체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히드리마’를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복제약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CDMO 기업들의 근거지인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고가이면서 유통기한이 짧은 바이오 의약품은 빠른 배송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공 물류가 필요하고 물과 전력 인프라도 중요한데 송도는 이 모든 조건을 갖췄다”면서 “특히 교육과 생활 여건이 처음부터 잘 설계돼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했다.

◇신약 개발 도전하는 대기업

1980년부터 바이오에 투자해온 SK그룹은 최근 성과가 가시화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는 SK바이오팜(신약 개발), SK팜테코(CDMO),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등 세 가지 사업 모두 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고 SK팜테코는 글로벌 사업을 가속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억달러 규모(약 66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진행하고 있다.

GS그룹도 지난 2021년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인 휴젤을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와 피부암 치료제 개발 기업 큐티스바이오에 각각 60억원, 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바이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1월 7000억원을 들여 미국 혁신 항암제 기업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특화 기업인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 지난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신약 개발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