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카르텔 논란으로 대폭 삭감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다시 증액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초과학 지원 예산과 비정규직 연구자들의 인건비, 정부 출연연구기관 운영비 등이 예산 증액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최근 내년도 국가 R&D 예산안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세부 항목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내년 예산안에서 R&D 예산은 올해보다 3조4000억원(13.9%) 줄어든 21조5000억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정부는 R&D 예산을 올해 대비 소폭 증액하는 안을 마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대대적인 검토와 방향 수정이 이뤄졌다. 연구비를 관행적으로 나눠 먹는 이른바 ‘연구비 카르텔’이 있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예산 삭감 이유에 대해 “비효율적인 R&D 예산 요소들이 계속 누적돼 왔고, 코로나 팬데믹,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등으로 급격히 늘어난 예산도 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안 발표 이후 과학기술계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초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대학의 연구 여건이 악화되고, 정부 출연연은 최소한의 운영 비용과 비정규직 인건비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없어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학기술계 원로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예산안 증액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면서 “지나치게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예산을 삭감하다 보니 꼭 필요한 부분이 누락되는 등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올해보다 2000억원 삭감된 젊은 과학자 인건비와 대학 기초연구 지원 예산을 우선적으로 복원할 방침이다. 또 20%가량 삭감된 출연연 운영비도 일부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예산도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