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국내 최고 수준인 4000억원 투자를 예고했으며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육성에 속도를 낸다.

LG화학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바이오 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바이오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7000억원을 들여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합병한 것도 미래 혁신 신약 개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베오는 글로벌 임상개발, 허가, 영업, 마케팅 등 항암 시장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의 바이오 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리스크가 크고 오랜 시간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요구되는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올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국내 최고 수준인 4000억원 투자를 예고했으며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LG화학은 2030년까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5개 신약을 상용화하며, 이때까지 신약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약 파이프라인 대폭 확대

LG화학은 2017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했다. 6년 전 2개에 불과했던 임상개발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 수는 현재 15개로 늘어났고, 미국 항암시장 직접 진출을 위해 아베오 인수도 단행했다. 이미 확보하고 있던 바이오 부문의 역량을 바탕으로 공격적 R&D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울 아베오라는 날개까지 달게 된 셈이다.

LG화학의 신약 R&D 두 축은 암과 대사질환이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아베오가 2021년 미국에 출시한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의 사용 범위를 추가 확대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포티브다는 두 단계 이상의 항암제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는 진행성 신장암 환자에 한해 3차적 치료 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시험의 결과는 내년 하반기 도출될 것으로 보이며, LG화학은 향후 포티브다 매출이 연간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하는 CAR-T 등 세포치료제 시장에도 도전한다. CAR-T 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CAR)를 적용해 암세포만 타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세포치료제를 유망 분야로 점찍고 관련 R&D를 이어왔고, 지난해 1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 선점에 속도를 내기 위해 40여 명에 달하는 ‘세포치료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세포치료제 시장에도 도전

대사질환 분야에서는 통풍 신약 티굴릭소타트 글로벌 임상 3상이 한창이다.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잔틴산화효소(xanthine oxidase) 저해제로 미국,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남미 지역 3000여 명 시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국가 시험을 LG화학이 직접 진행한다. 다국적 제약사 도움 없이 대규모의 글로벌 임상을 직접 주도하는 것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28년 출시를 목표로 하며, 글로벌 시장은 현재 3조원에서 2027년 5조원 규모로 확대 전망된다.

LG화학이 티굴릭소타트에 이어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대사질환 신약 과제는 희소비만증 치료제 ‘LB54640′이다.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포만감 신경 회로가 잘 작동하지 않아 과체중이 되는 질환으로 냉장고를 자물쇠로 채워서 음식 섭취를 막아야 할 만큼 심각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1상 결과 안전성과 용량 의존적 체중 감소가 확인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연내 임상 2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아베오 인수, 주요 신약 과제의 개발 진전을 통해 인류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지속 가능한 신약 기반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