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메릴랜드 의대 의사들이 유전자 변형 돼지에게서 가져온 심장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메릴랜드 의대

돼지는 전 세계가 직면한 이식용 장기 부족 사태를 구원할 동물로 오랜 기간 관심을 모아왔다.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 대신 겉으로 전혀 달라 보이는 돼지는 왜 인류의 희망으로 떠올랐을까.

돼지의 장기는 인간의 장기와 형태 및 크기가 유사하다. 돼지 심장은 사람 심장 크기의 94% 정도이고 해부학 구조도 비슷하다. 각막, 췌도, 신장 등도 외형상으로는 사람의 것과 거의 흡사하다. 실제로 돼지 판막의 경우 오래전부터 인공 판막의 핵심 재료로 활용돼 왔다.

돼지는 장기 생산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장점이 있다. 돼지의 평균 임신 기간은 114일이며 한 번에 약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인간은 돼지를 오랫동안 키워왔기 때문에 돼지가 어떤 질병에 취약하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 반면 원숭이,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가축으로 키워본 경험이 적고 돼지처럼 많은 새끼를 낳지도 않는다.

돼지 장기 이식 상용화는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얼마나 오래 기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전자 편집이나 약물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생명공학기업 옵티팜은 최근 원숭이에게 돼지의 신장을 이식해 221일 동안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국내 최장 기록이었던 114일보다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종이식 전문 기업 제넨바이오는 원숭이에게 돼지 간을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제넨바이오의 원숭이는 2017년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생존 기록 29일보다 더 긴 35일 생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