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중앙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로봇 슈트를 입고 뛰는 모습./중앙대

100m를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그 꿈을 실현시켜줄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몸에 착용하고 달리면 200m 기록을 최대 3.4초까지 단축할 수 있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이 등장한 것이다.

이기욱 중앙대 교수 연구팀은 인간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로봇 수트를 개발해 일반인 대상으로 200m 전력 질주 기록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4.5kg 장비 메고 달렸는데 더 빨라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수트는 ‘외골격 로봇’의 일종이다. 신체 외부에 옷을 입듯 로봇을 착용하면 부착된 구동기가 근력을 보조해주는 원리다. 그동안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다리 힘을 보조하거나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외골격 로봇이 나온 적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처음이다.

이기욱 중앙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 신체 능력을 높여주는 로봇 슈트/중앙대

연구진은 운동을 전공하지 않은 중앙대 남학생 9명에게 이를 장착하고 실험했다. 이중 한 참가자는 로봇 수트 없이 200m를 달렸을 때는 36.84초 걸린 반면, 수트를 착용하고 같은 구간을 달렸을 때는 33.44초를 기록했다. 최대 3.4초의 기록을 단축한 것이다. 전체 실험자는 평균 0.97초 단축했다. 특히 첫 가속 구간인 100m 구간에서 0.68초를 단축했다.

이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수트의 무게는 약 4.5㎏으로 허벅지 뒤 근육에 힘을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적동한다. 로봇 수트는 유연한 소재로 제작돼 걷거나 뛰는 데 불편함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교수는 “달리기할 때 가장 많이 쓰는 근육이 허벅지 근육”이라며 “달리기할 때 근육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조해 추진력을 높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우사인 볼트 100m 9.58초 기록 깨겠다”

이번 로봇 수트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인 ‘100m를 7초에 주파하는 착용형 로봇 슈트’ 과제를 통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로 육상 100m 전 국가대표인 오경수에 이 로봇 수트를 입혀 우사인 볼트가 지난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한 100m 세계 기록 9.58초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다. 이 교수는 “로봇 무게를 2.5㎏으로 줄이고 보조 방식도 최적화하고 있다”며 “좌우 균형을 최적화해 약점을 보완하고 허벅지 앞쪽은 로봇 자체 탄성력을 활용해 보조해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