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가 수정을 위해 난자를 뚫고 들어가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촬영한 사진./'성이란 무엇인가' 제공

세계적인 난임 인구 증가로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해결책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영국 BBC는 호주의 시드니공과대(UTS) 연구진이 내놓은 남성 난임 시술용 AI 소프트웨어가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UTS 연구진이 설립한 스타트업 ‘네오재닉스 바이오사이언시스’가 지난 7월 내놓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스펌 서치(sperm search)’는 남성 난임 환자에게서 채취한 정자들 중 활성화 가능성이 있는 정자를 판별해낸다. 네오재닉스 측은 “AI가 인간의 눈보다 1000배 빠르고 정확하다”며 “스펌 서치는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인지하지도 전에 활성화 가능성이 있는 정자를 선별해낼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전체 성인 남성의 7%가량이 난임을 겪고 있다. 이 중 10%가량이 일명 ‘무정자증’으로 불리는 ‘비폐쇄성 무정자증’에 해당한다. 유전적 이상, 성 기능 저하 등의 원인으로 아예 정자가 배출되지 않는 상태다. 이런 경우 신체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해 의료진이 육안으로 활발한 정자를 선별한 후 인공수정하는 방식으로 임신을 시도한다. AI가 이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성 난임 환자는 지난해 11만 2146명으로 4년만에 10% 증가했다.

인공 수정한 배아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와 호주 제니아 바이오메딕스의 실시간 배아 모니터링 인큐베이터 ‘제리’가 대표적이다. 이 인큐베이터는 고화질 카메라로 5분마다 배아를 촬영해 배아의 발달 현황 확인한다. 회사는 여기에 AI로 이를 평가하는 기술 개발하고 있다. 배아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배아를 꺼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배아 배양 인큐베이터는 체외수정 방식의 난임 시술에 사용된다. 여성의 과배란을 유도해 난자를 채취하고, 이를 체외에서 정자와 수정해 생성된 배아를 배양 후 체내에 이식하는 시술이다. 지난 4월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임신·출산을 원하는 여성의 20%가 난임을 경험하고 있다.

난임 시장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난임 시술 건수는 지난해 약 17만건으로 3년만에 30% 가량 급증했다. 미국의 난임 치료 시장 규모는 58억달러(약 7조7000억원), 중국은 260억위안(약 4조7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