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소형 우주선 캡슐이 낙하산을 타고 미국 유타주 사막에 착륙했다. 7년 전 지구를 떠난 NASA(미항공우주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지구에 떨어뜨린 캡슐이었다.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며 화산 용암보다 두 배 이상 뜨거운 열기를 견디느라 캡슐 표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캡슐 안에는 지구로부터 약 3억2000만㎞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서 채취한 암석 샘플이 담겨 있었다.

소행성 샘플이 지구에 온 것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본부(JAXA)의 탐사선 ‘하야부사 1·2호’(2010, 202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구에 도착한 암석 샘플은 바로 미 휴스턴 존슨우주센터로 옮겨졌고, NASA는 샘플의 모든 운석과 먼지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화학적, 광물학적 특징들을 살피고 있다. 오시리스-렉스의 수석 조사관 단테 로레타는 “250g의 암석 샘플을 통해 지구가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세계가 됐는지, 지구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 분자의 근원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지구 생명체 기원’ 열쇠 쥔 소행성

과학자들은 소행성 암석 샘플이 지구의 기원과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계에 행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수십억 년 전 형성된 소행성 암석에는 행성 형성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베누는 태양계가 형성되던 약 46억 년 전 목성의 소행성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약 10억 년 전 큰 규모의 소행성이 다른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기의 베누가 떨어져 나왔고, 지금까지 우주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암석이 타임캡슐처럼 베누에 그대로 보존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NASA 연구팀은 오시리스-렉스가 찍은 영상을 통해 베누 표면 암석에 탄산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탄산염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형성될 수 있다. 고온의 물로 뒤덮여 있던 베누의 모체에 소행성이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는 소행성 충돌로 지구에 물을 비롯한 유기 화합물이 유입됐고, 이후 생명체 탄생의 근원이 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김주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태양에서 수많은 수소 이온을 방출하면서 수소가 강한 에너지로 행성에 부딪혀 물 분자(H2O)가 만들어지거나 탄화수소에서 수소가 떨어져 나가며 탄산염이 되기 때문에 탄산염 광물은 물이 존재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베누에서 채취한 암석 샘플에서 생명체와 관련된 유기 분자들을 찾기 위해서는 샘플이 지구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구 환경에 노출돼 암석이 영향을 받으면 어떤 분자가 우주에서 왔는지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암석 샘플을 담고 있는 캡슐은 마그마보다 두 배 이상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 위해 특수 방열판으로 제작됐으며 착륙 과정에서 수증기, 먼지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환기구로 들어오는 공기를 여과했다. NASA 측은 “우주 방사능으로 인해 암석 샘플에 살아있는 유기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계속되는 ‘소행성 탐사’

NASA는 오는 10월 12일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으로 소행성 탐사선 ‘프시케’를 발사한다. 탐사선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지대에 있는 지름 220㎞ 규모의 소행성 ‘16프시케’로 향한다. 과학자들은 16프시케가 거대한 행성의 내부 핵 부분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태양계 형성 초기 격렬한 충돌로 행성의 외부 지각이 벗겨지며 드러난 내부 핵이 소행성이 돼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6프시케를 통해 지구형 행성의 내부를 관측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 달 1일에는 소행성 탐사선 ‘루시’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를 지나칠 예정이다. 2021년 10월 발사돼 처음 마주치는 소행성이다. 루시는 목성 근처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트로이 소행성군의 8개 소행성을 탐사할 계획이다. 루시에는 아인슈타인과 칼 세이건 등 유명 인사 19명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가 루시를 발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NASA는 “트로이 소행성군은 초기 태양계의 잔재들이기 때문에 이곳의 소행성들이 태양계의 역사를 해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아랍에미리트는 2028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유스티티아’ 소행성에 착륙선을 보내는 ‘EMA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34년 6개의 소행성에 근접 비행을 한 뒤 7번째 소행성 유스티티아에 착륙해 물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행성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