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수행하는 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시험의 채점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자력관계면허시험 홈페이지.

국가 원자력 면허시험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답에 대해 채점위원마다 다르게 점수가 부여되거나 정해진 배점보다 높은 점수가 매겨지는 것은 물론 규정에 없는 ‘평균 점수 반올림’으로 인해 불합격자가 합격처리 되는 등 일관성 없는 채점에 시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하영제 의원실이 감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NS가 수행하는 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시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시험 신뢰성과 공정성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면허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 산업체나 의료기기업체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안전관리자 등에게 필요한 면허다. 시험은 매년 한 번 시행되며, 각 과목 별 점수를 합산한 평균이 60점을 넘어야 합격 처리 된다.

감사원이 2020년과 2021년 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시험의 채점 기준과 최종 점수 등을 확인한 결과, 채점 위원들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었다. 예를 들어 2021년 원자력관계법령 10번 문제에서 한 응시자는 ‘변경 후 30일 이내’라고 써야 정답 처리를 하는 주관식 문제에 ‘변경 후’라고만 적었지만 정답 처리됐고, 다른 응시자는 같은 답을 적었지만 오답으로 채점됐다. 또한 한 채점위원은 문항별로 부분점수를 준 반면, 다른 채점 위원은 부분점수를 주지 않는 등 점수 부여 방식도 달랐다.

아무런 근거 규정없이 과목별 점수의 소수점을 반올림 하면서 불합격자가 합격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 원자력관계법령 과목에서 94.5점 받은 한 응시자는 해당 점수가 반올림으로 95점으로 계산되면서 전체 평균 점수가 60점이 돼 시험에 합격했다. 반올림을 하지 않았다면 59.875점으로 불합격됐어야 했다. 방사선취급기술 과목에서 68.5점을 받은 다른 응시자도 점수가 69점으로 계산되면서 전체 평균 60점으로 합격했다. 국가시험을 총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4교시 시험의 경우 과목별 점수의 반올림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점수 반올림을 하지 않도록 결정한 바 있다.

문제에 배정된 점수보다 더 많은 점수가 부여된 경우도 있었다. 하영제 의원실이 KINS로부터 추가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방사선취급기술 과목 6번 문항의 기존 배점은 6점이지만 채점자는 이보다 높은 7점을 줬다. 해당 답안지를 제출한 응시생은 KINS 소속으로 채점자가 이름 등을 볼 수 있었다. 하영제 의원은 “면허시험 채점오류는 합격을 위해 노력한 수험생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국가 면허시험 신뢰성 제고를 위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엄격한 관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INS는 해당 지적에 대해 “앞으로 반올림을 하지 않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면서 “다만 특정인만 반올림한 게 아니라 공정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존 합격자 정정 계획은 없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하영제 의원실이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방사선취급감독자' 면허 시험 답안지다. 답안지 이름 등을 채점자가 볼 수 있다./하영제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