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만난 사라 알 아미리 아랍에미리트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2021년 화성 탐사선이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을 때 안도의 눈물이 살짝 났다”며 “그동안 어깨에 얹어진 짐이 너무 무거웠다”고 했다. 그는 2020년부터 UAE 우주청장을 겸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2021년 2월 10일 아랍에미리트(UAE) 화성 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은 미국과 구소련, 유럽우주국, 인도 같은 우주 강대국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소식이 알려지자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전면에 LED 영어 문장이 펼쳐졌다. ‘임파서블 이즈 파서블(Impossible is possible·불가능은 가능하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이다.

19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만난 사라 알 아미리(36)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건국 50주년에 맞춰 화성 탐사를 성공시키면서 국민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었고, UAE를 몰랐던 세계에 우리의 성장을 알릴 수 있었다”며 “우주 관련 임무는 매우 기술적이고 과학적이지만, 동시에 국가와 국민에겐 상징적”이라고 했다.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2020년부터 UAE 우주청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화성 탐사 임무에서 기술팀을 이끌었다.

UAE는 인구 1000만명 정도에 역사도 갓 반백 년을 넘긴 신생 중소국이다. 우주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2014년 우주청을 설립한 지 6년 만에 화성 탐사선을 쏘아올릴 만큼 적극적인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화성 탐사선 발사에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UAE는 절반 이상 단축시켰다. 아미리 장관은 그 비결로 ‘해외와의 협업’을 꼽았다.

아미리 장관에 따르면 화성 탐사 임무는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등과 협력해 개발 기간을 4년 정도 단축했고, 그 이전의 위성 개발 임무에선 한국과의 협업이 큰 도움이 됐다. UAE는 우리별 1호를 만든 KAIST 출신들이 세운 한국 기업 쎄트렉아이와 함께 개발한 소형 지구 관측 위성 ‘두바이샛 1′ 과 ‘두바이샛 2′를 각각 2009년과 2013년 발사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100% 자체 기술로 만든 칼리파샛을 쏘아올렸다.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2006년부터 8~10년간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 기술을 배웠고, 일부는 KAIST에서 학위도 받았다. 아마리 장관은 “외부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 개발 노력을 처음 단계부터 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노하우를 빨리 배울 수가 있다”며 “국적과 상관없이 비슷한 임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2020년 7월 일본 규슈에서 UAE의 화성 궤도 탐사선 ‘아말’을 실은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 /미츠비시 중공업

이란에서 태어나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자란 아미리 장관은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이 너무 재밌었고, 11살에 처음 접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아주 좋아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며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따로 강조받진 않았고 책에 파묻혀 살면서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우주는 곧 ‘호기심’인데, 어린 아미리도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우주에 끌렸다는 것이다. 당시 UAE에는 우주개발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샤르자 아메리칸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UAE 고등과학기술연구원(EIAST)에 들어가 두바이샛 1 개발에 참여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은 첨단과학기술부가 UAE에 생기자 아미리 장관은 서른 살에 초대 장관이 됐고, 3년 뒤 우주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당시 나보다 어린 20대 장관도 있었기 때문에 주위의 반대나 우려는 접하지 못했다”며 “국가를 운영하는 데 ‘국민 모두’를 참여시키겠다고 정부가 약속했고, ‘국민 모두’에는 청년과 여성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했다.

여성의 이공계 진출이 활발한 UAE에선 우주청 인력 절반이 여성이다. 아미리 장관이 이끈 화성 탐사 기술팀에도 여성 기술자와 과학자가 40% 정도 된다는 얘기를 꺼내자 “남성이나 여성을 뽑은 게 아니라 최고를 뽑았을 뿐”이라며 “최고로 똑똑한 사람을 뽑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식을 추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방법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진 사람들을 뽑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한때 위성 개발 기술을 UAE에 전수한 한국에는 아직 우주청이 없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우주항공청 설립을 목표로 삼았지만 국회 관계자는 20일 “사실상 21대 국회에서 우주청 논의는 물 건너갔다”고 했다. 현재 우주청 관련해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치는 중인데 논의가 거의 진척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 우주청이 생긴다면 우주청장은 어떤 사람이 맡아야 하나”리는 질문에 아미리 장관은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거기에 몰입하는 열정과 헌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미리 장관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UAE의 우주산업을 성장시켜 이 나라가 우주 기술뿐만 아니라 뛰어난 과학기술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