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늦가을 날씨가 시작되면서 제약사들의 독감 백신 영업에 불이 붙었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돌아오는 등 공급 업체가 늘어나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민간 독감 백신 시장은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겨울인 데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급증해 독감 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픽=김현국

◇영업력 집중하고 TV 광고까지

올해 정부가 출하를 승인한 독감 백신은 9사 11품목이다. 이 중 8종이 국산이고, 3종이 외국산이다. 이 중 1차전 격인 정부 구매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 입찰에 성공한 제약사는 6곳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242만도스(1회 투약량)로 전체의 21.6%를 차지해 가장 많고, 프랑스 사노피(200만도스), 한국백신(175만도스), GC녹십자(174만도스), 일양약품(170만도스), 보령바이오파마(160만도스) 순이다.

현재 제약사들은 무료 접종 대상을 제외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별 병·의원에서 약 2000만도스를 공급하는 민간 시장에서 2차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내세워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 대부분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가까운 병원이 갖춘 백신을 접종받기 때문에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의사들에게) ‘덜 아픈 백신이 뭐예요’ ‘더 효과 좋은 백신이 뭐예요’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 백신을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영업망이 부족한 외국계 제약사들은 TV 광고까지 하고 있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배우 차인표를 내세워 ‘국내 최초 4가 독감 백신’ 등의 내용을 홍보하고 있고 프랑스 사노피는 영·유아, 임신부, 심혈관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 연구 결과가 있는 백신이라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백신이 무슨 차이? 생산 방식 달라

독감 백신을 차별화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전 세계 백신 제조사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그해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같이 받아 배양·생산하기 때문이다. 함량 기준도 정해져 있어 임상 효과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생산 방식, 면역 증강제 포함 여부 등 차이점을 내세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산 백신 중 유일한 세포 배양 방식 백신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으면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배양해 만든 유정란 방식 백신보다 세포 배양 방식 백신이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정란 방식 독감 백신을 판매하는 GC녹십자는 이에 대해 “전 세계 독감 백신 85%를 유정란 유래 방식으로 만든다”며 “이미 누적 생산량 3억도스를 돌파하는 등 제품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한 종류 등 독감 바이러스 세 가지를 예방하는 ‘3가 백신’인지, A형과 B형을 각각 두 종류씩 예방하는 ‘4가 백신’인지 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올해 국내 무료 접종 백신은 모두 4가 백신이고, 전문가들은 두 백신 모두 독감 예방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본다. 한편 이달 들어 주춤했던 독감 환자 증가세는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1주 차(10월 8~14일) 독감 외래 환자 대 의사 비율은 1000명당 15.5명으로 집계 됐다. 유행 기준인 6.5명의 2배를 넘는 수치다. 특히 올해는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은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동시에 접종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