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의균·Midjourney

지난 25일 JW중외제약은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연구 기업인 테라젝아시아와 탈모 치료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 1 굵기의 미세한 바늘로 구성된 패치를 피부에 붙여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JW중외제약은 앞으로 테라젝아시아의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니들 탈모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외 제약 업체들이 마지막 남은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꼽히는 탈모 치료제 개발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처럼 새로운 투약 방식을 도입하는가 하면, 기존 약물을 탈모 치료제로 전환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면역 질환인 원형 탈모와 일반 탈모 치료제 모두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35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서 2027년 62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아토피 약이 탈모 치료제로 변신

현재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은 원형 탈모와 일반 탈모 모두 미국 머크(MSD)의 프로페시아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보다트가 양분하고 있다. 나머지 약품도 대부분 이 두 약품의 성분을 복제했다. 두 약은 모두 탈모의 원인으로 꼽히는 5알파 환원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탈모를 치료한다. 문제는 5알파 환원 효소가 남성 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태아 생식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임기 여성은 접촉도 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시작되는 등 지속력에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제약 업체들은 새로운 기전의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원형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대표적인 방식은 면역과 관련된 JAK(야누스인산화효소) 신호 체계를 억제하는 약이다. 지금까지는 아토피 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데 쓰였던 약물을 탈모 치료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원형 탈모가 일반 탈모와 달리 면역 체계가 모낭을 공격해 발병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화이자의 원형 탈모 치료제 ‘리트풀로’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했다. 이 약은 10대 청소년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JAK 억제 탈모약으로 가장 먼저 FDA 승인을 받은 일라이릴리의 올루미언트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이고, 애브비 또한 JAK 억제제 ‘린버크’를 탈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임상에 나섰다.

그래픽=김의균

◇국내 제약사도 속속 도전장

국내 제약사들은 일반 탈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기존의 먹는 탈모 치료제를 지속력이 긴 주사제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매일 복용하던 먹는 치료제를 주사제로 바꾸면 1~3개월에 1회 투약해도 같은 효과를 낸다. 대웅제약은 바이오 기업인 인벤티지랩, 위더스제약 등과 협력해 개발한 IVL3001에 대해 최근 호주에서 임상 1, 2상을 완료했다. 종근당은 CKD843 주사제에 대해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아예 접근 방식을 바꾼 기업도 있다. JW중외제약은 탈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윈트(Wnt) 신호전달계를 활성화하는 방식의 신약 물질을 개발해 지난 7월 호주 특허청에서 물질 특허를 취득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남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기업 올릭스는 리보핵산(RNA) 간섭 기술을 활용한 탈모 치료제 OLX104C를 개발 중이다. 이 약도 기존 치료제가 가진 성 기능 저하, 여성 환자 사용 불가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탈모 치료 물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최근 털이 난 점에서 추출한 분자 ‘오스테오폰틴’을 탈모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연구 책임 저자인 막심 플리쿠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오스테오폰틴은 자연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분자를 탈모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