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신약 후보물질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종근당은 과감한 투자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종근당 제공

종근당은 올해 2월 네덜란드 바이오테크 기업 시나픽스와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종근당은 시나픽스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기술 3종의 권리를 확보했다. 지난해 5월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이엔셀과 전략적 투자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Gen2C’를 개소한데 이어 적극적인 투자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종근당이 연구개발비 투자와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확대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연구개발 투자비는 2022년 매출액 대비 약 12.2%인 1814억원이다.

◇독자 개발 기술로 황반변성치료제 시장 개척

종근당은 지난 1월 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CKD-701)’를 출시했다. 루센비에스는 라니비주맙을 주성분으로 해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에 사용되는 안과질환 치료제다. 종근당의 순수 독자 기술인 항체절편 원료제조 기술로 양산됐다.

지난 2012년 개발을 시작한 이 약은 지난해 3월까지 진행된 임상 3상에서 오리지널 약물 대비 약물 효능 및 기타 약동학, 면역원성, 안전성에서 모두 임상적 동등성이 확인됐다. 회사는 지난 1월 루센비에스 출시로 시장 개척에 나선데 이어 지난 5월에는 같은 약물을 유리병(바이알)이 아닌 주사기에 넣어 판매하는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으로도 출시해 라인업을 다변화했다.

황반변성은 눈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조직인 황반이 노화와 염증으로 기능을 잃는 질병이다.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혈관(신생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의 구조적 변화와 손상을 일으키는 ‘습성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폐암 겨냥 이중항체 바이오신약 개발 속도

종근당은 바이오시밀러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것은 항암 이중항체 바이오 신약 후보인 ‘CKD-702′다. CKD-702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항암 이중항체다. EGFR과 cMET에 동시에 결합해 두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고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또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살상 기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을 일으키는 작용기전으로 표적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은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에서 CKD-702의 안전성과 항종양 효과를 평가한 임상 1상 파트 1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는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CKD-702의 임상 1상 파트 2를 진행 중이다. 향후 미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혁신 신약으로 ‘미충족 수요’ 공략

더 좋은 신약에 대한 요구가 큰 ‘미충족 수요(unmet needs)’ 시장을 공략한 혁신 신약 개발도 한창이다. 대표적인 신약 후보 물질은 마약중독, 치매, 암 등의 표적단백질 중 하나로 알려진 히스톤탈아세틸화 효소6 (HDAC6)를 저해하는 비하이드록삼산(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CKD-510이 있다. 이 신약 후보 물질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인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과 발의 근육 위축과 모양 변형, 운동 기능과 감각 기능의 상실로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소 질환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허가된 치료제가 없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국제 말초신경학회에서 CKD-510의 유럽 임상 1상 및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KD-510은 건강한 성인 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이 입증됐다. 또 HDAC6 활성 저해에도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돼 1일 1회 경구 복용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확보하고 유럽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