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쥐의 배아(수정란)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민간 우주 시대에 우주에서 인간의 임신·출산을 위한 연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야마나시대의 와카야마 사야카 교수는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임신한 쥐의 배아(수정란)를 냉동시킨 후 국제 우주 정거장(ISS)으로 옮겨 일정 기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와카야마 교수 연구팀은 임신한 암컷 쥐에게서 초기 단계 배아 세포를 추출했다. 이 배아를 냉동 상태로 보관 후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어 ISS로 보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환경에서 배아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관건은 얼린 배아를 배양하는 작업이다. 자궁 밖에선 배아가 최장 나흘밖에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냉동 배아를 해동한 뒤 배양할 수 있는 특수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우주 정거장에서 지낸 나흘간 쥐 배아가 태아와 태반을 형성하는 전구세포인 배반포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ISS에서 자란 배아는 화학 처리를 거쳐 다시 지상으로 보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배아의 DNA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중력의 유무가 배아의 초기 분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와카야마 교수 연구팀은 2013년에도 동결 건조한 쥐의 정자를 ISS에 보내 지상으로 회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정자를 지상의 난자와 수정시킨 뒤 새끼 쥐 73마리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도 우주 공간에서 임신·출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쥐 배아를 우주에 보내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연구팀은 2020년 9월 미착상 생쥐의 배아를 우주에서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배아가 성장했지만 배반포 형성률이 떨어지고 배아 세포에 심각한 DNA 손상이 발생했다.
와카야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주에서 초기 단계 포유류 배아를 성장시킨 첫 사례”라며 “이번에 ISS에서 배양한 배반포를 쥐에게 이식한 뒤 쥐가 실제로 출산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