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두 마리의 각기 다른 원숭이의 세포가 섞인 ‘키메라 원숭이’를 만들어냈다. 영장류의 세포를 섞은 배아로 임신·출산까지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이 연구 결과가 앞으로 인간의 줄기세포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젠 리우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연구팀은 긴꼬리원숭이 두 마리의 줄기세포와 배아를 합쳐 신화 속 동물인 ‘키메라’ 처럼 두 개체의 세포가 섞인 원숭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셀(Cell)’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지 7일째의 원숭이A의 배아(수정란)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한 후 이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수정한 지 4~5일 된 다른 원숭이 B의 배아에 주입했다. 이 과정에서 두 세포가 어떻게 발현하는지 추적 관찰하기 위해 원숭이A의 줄기세포에 녹색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추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총 40마리의 원숭이 자궁에 이식, 이 중 1마리가 키메라 원숭이 출산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생후 3일 된 키메라 원숭이의 심장, 뇌 등 26개 조직에서 평균 67%의 원숭이A의 줄기세포 흔적을 발견했다. 특히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에서는 이 비율이 92%에 달했다. 키메라 원숭이는 원숭이A의 줄기세포에 삽입한 형광 단백질 유전자가 발현돼 빛을 받으면 일부 조직에서 형광빛을 보였다.
출산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숭이 배아는 인간 배아와 줄기세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실험용 쥐의 인공수정란은 인간과 다른 점이 많아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인간의 배아를 이용해 연구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영장류의 배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유전공학 및 종 보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인공수정 후 착상 실패의 원인을 찾는 등 줄기 세포·배아 연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영장류에서 인간의 장기를 성장시켜 장기 이식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