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온라인에 관련 논문이 공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에 대해 국내 검증위원회가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최종 결론을 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주도한 ‘LK-99 검증위’는 LK-99를 만든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논문에 공개한 방법에 따라 재현 실험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검증위는 이날 ‘LK-99 검증 백서’에서 “공개된 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 실험 결과를 종합 고려했을 때,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했다. 검증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등 8개 기관이 참여했다.
검증위는 “일부 시료에서 섭씨 100도 근처에서 초전도체와 비슷한 특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불순물에 의한 현상으로 판단된다”며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저항값이 매우 큰 부도체’”라고 했다. 공신력 있는 방식으로 검증받겠다던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검증위에 자체 시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상온 초전도는 일반적인 온도에서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전기 저항이 없으면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어 자기부상 열차, 원거리 송전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초저온 또는 초고압 상태에서만 초전도성 구현이 가능하다. 이미 지난 8~9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 등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이 재현 실험을 통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학계는 이번 사안이 과학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검증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이후 주식 시장에서는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신성델타테크’의 경우 지난 7월 3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시총이 한 달 사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허술한 주장에 놀아난 꼴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