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과학적 성과를 꼽는 ‘올해의 혁신(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비만 치료제 위고비, 젭바운드 등의 기반이 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유사체를 꼽았다.
사이언스는 14일(현지 시각) ‘비만이 적수를 만났다’는 제목을 붙어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올해 가장 중요한 과학적 성과로 지목했다. 사이언스는 과거 혼란했던 비만약 시장에 대해서 짚으며 “이제는 새로운 차원의 치료제가 과거의 전형을 부수고, 비만과 연관된 만성 질병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의 기능을 흉내낸 물질로, 20여년 전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종의 부작용이었던 체중감량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비만 치료 약물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GLP-1 기반 치료제가 대장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에 효과를 보였다는 논문이 잇따라 나오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홀든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사설에서 “그러나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GLP-1 작용제는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진정한 혁신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의 혁신 후보(Runnes-up) 로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의 발전, 지구 표면 아래 천연 수소 공급원 발견, 뉴멕시코 고대 호수에서 발견된 인간 발자국, 합쳐지는 대형 블랙홀에서 나오는 신호, 새로운 말라리아 백신 승인 등 과학적 성과가 꼽혔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기예보, 엑사스케일 컴퓨터 보급 등 기술적인 발전도 선정됐다. 초기 경력 과학자 처우에 대한 제도적 변화 요구하는 움직임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주목할만한 과학계 실패(Breakdowns)로는 계속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음모론과 갈등, 미국의 남극 연구 지원 축소, X(옛 트위터)의 등장으로 인한 과학 데이터 공유 중단과 토론의 장 축소 등이 꼽혔다. 또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발생한 상온 초전도체 논란이 꼽혔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랑가 디아스 로체스터 대학 교수가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며 관련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됐다가 연구 결과 조작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철회된 일이 있었다.
사이언스는 국내 연구진의 LK-99 상온 초전도체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국 연구팀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며 “(랑가 디아스의 사례와 달리) 부정 행위 혐의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상온 초전도체의 꿈을 쫒는 과정에서 발생한 또다른 유명한 실수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