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논문을 검색하고 온라인에서 가장 적절한 화학 반응을 학습하면서 실험 방식까지 설계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개발됐다. 로봇과 연결돼 인간과 달리 24시간 쉬지 않고 자율적으로 실험을 이어가는 미래 실험실을 구현할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미 카네기멜런대 연구팀은 화학 실험을 설계, 계획, 실행할 수 있는 AI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를 개발했다고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팀은 이 AI가 연구 실험 로봇에 직접 명령을 내려 화학적 촉매 반응을 일으키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예측하지 못한 치료법과 새로운 물질 개발 등 엄청난 발견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코사이언티스트는 오픈AI의 챗GPT-4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과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LLM은 문서와 그림 등 다양한 데이터에서 특정 의미와 패턴을 추출할 수 있는 AI다. 예를 들어 코사이언티스트에게 특정 성질을 가진 화합물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하면 AI가 인터넷과 문서 데이터 등을 검색해 화합물 합성에 필요한 물질과 실험을 위한 기술 등을 찾아 전체 실험 과정을 설계해 낸다. 사람은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해야 하는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사이언티스트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팔라듐 촉매반응’ 실험을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팔라듐 촉매반응은 다양한 화합물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과정으로 진통제와 항암제 등 합성 약품은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도 활용된다. 지시를 받은 코사이언티스트는 위키피디아와 미국화학협회, 영국왕립화학협회 등에서 관련 논문과 방대한 데이터를 찾았다. 이후 각 물질의 반응성과 반응에 필요한 물질 부피 등을 계산해 4분 만에 팔라듐 촉매반응을 생성할 수 있는 실험 절차를 설계했다. 실제 실험에서 로봇이 액체 샘플을 가열하고 흔드는 장비를 제어하기 위한 코드에 오류가 발생하자, 코사이언티스트는 문제점을 진단한 뒤 장비 설명서를 기반으로 코드를 수정해 실험을 이어갔다.
연구팀은 무인 실험실을 개발하는 생명 공학 기업 ‘에메랄드 클라우드 연구소(ECL)’와 함께 2024년 초 코사이언티스트를 바탕으로 한 무인 연구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과학에는 시도하고, 실패하고, 배우고, 개선하는 반복적인 과정이 있는데 AI가 이 속도를 크게 높여 극적인 변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