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철새 같은 존재다. 직업 특성상 그렇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6년 전 세계 과학자들의 해외 이주 경로를 분석한 결과와 함께 전했던 지적이다. 당시 사이언스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연구자 식별 코드 오키드(ORCID)를 활용해 과학자 300만명의 이주 경로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 32%는 다른 나라로 이주한 반면, 유럽연합(EU) 과학자는 해외 이주 비율이 16%에 그쳤다는 등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보다 분석 대상이 4배에 이르고 이주 요인도 이전보다 자세하게 밝혀낸 논문을 한국·미국·네덜란드 공동연구진이 내놓았다.

포스텍·노스웨스턴대·인디애나대·라이덴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논문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에서 추출한 과학자 1200만명의 이주 경로를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난 2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과학자의 이주가 거리가 가깝다는 물리적 요인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 문화, 경제적 기회, 학술적 명성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국경을 뛰어넘는, 해외 이주를 하는 이유가 연구 자원과 첨단 기술 등 추구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더 나은 협업 기회가 과학자 이주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학술적 명성이 높은 기관에 합류하는 것이 과학자로서 경력에 중요해 해외 이주의 큰 동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은 외딴섬처럼 다른 나라 연구자들의 유입이 드문 국가로 분석됐다. 지난달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제 공동연구를 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면 2년 안에 (과학기술계가) 망한다”며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 등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단기적으로 많은 연구비가 투입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대학으로의 우수 인력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논문에 참여한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과학자들의 이동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에서의 이직 패턴 분석과 관련 정책 수립에도 이번 연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