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소파 위에 갈색 줄무늬 고양이가 레이저 포인터로 쏜 빨간색 점을 응시하고 있다. 빨간색 점이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 점을 쫓아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15초 분량 영상 속 고양이 이름은 ‘테이터스(Taters)’.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의 반려묘 영상을 지난 11일 탐사선 ‘프시케(Psyche)’가 우주에서 지구로 전송한 것이다. 라이언 로절린 JPL 전자 부문 책임자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심(深)우주에서 광대역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영상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NASA는 세계 최초로 ‘심우주 광통신(DSOC)’을 통해 지구에서 3100만㎞ 떨어진 우주에서 보낸 UHD급 영상을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인류의 우주 탐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더 빠른 심우주 통신이 필요해졌고, 이를 위해 기존 무선통신보다 10~100배 빠른 DSOC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트루디 코르테스 NASA 우주기술임무국의 기술 시연 책임자는 “DSOC는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것과 같은 ‘인류의 거대한 도약’을 위해 과학 정보, 고화질 이미지, 영상을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고속 데이터 통신망을 위한 길을 연 것”이라고 했다.
◇고난도 심우주 통신 기술
NASA는 목성과 화성 사이 ‘소행성 지대’로 떠나는 탐사선 프시케에 DSOC 기술 시험을 위한 ‘비행 레이저 송수신기’를 장착했다. 이 장치는 근적외선 레이저 송신기로 지구에 고속 데이터를 전송하고, 광자 계수 카메라를 이용해 지구로부터 전송되는 저속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다.
DSOC는 데이터를 전송할 지상의 ‘과녁’으로 프시케를 유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먼저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JPL의 광통신 망원경 연구소(OCTL)에서 레이저 송신기로 신호와 저속 업링크 데이터를 프시케의 비행 레이저 송수신기로 보낸다. 프시케가 어디로 영상을 전송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프시케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양이 테이터스 영상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팔로마 천문대의 헤일 망원경으로 전송했다. 영상은 초당 267Mb(메가비트) 속도로 전송됐으며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약 10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헤일 망원경은 심우주에서 오는 레이저를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광자 검출기(SNSPD)’를 사용한다. SNSPD는 매우 작은 크기의 광자(光子)를 검출할 수 있는 장치다. 이를 통해 최대 2.7AU(1AU는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인 약 1억4900만㎞) 밖에서 오는 신호를 10억 피코초(1조분의 1초) 미만의 정확도로 포착할 수 있다.
◇심우주 탐사 돕는 DSOC
NASA는 우주에서 지구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것에 대해 “움직이는 동전을 1마일(1.6㎞) 떨어진 곳에서 정확하게 맞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만큼 난도 높은 기술인 것이다. 이는 레이저통신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무선통신과 근적외선 레이저통신은 모두 전자기파를 사용해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근적외선 레이저통신의 진폭이 더 짧다. 데이터를 더욱 조밀하게 압축해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레이저통신으로 우주에서 데이터를 보내려면 더욱 정확한 겨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프시케가 우주로 나아갈수록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지며 레이저 신호가 약해지는 것은 물론 시차도 늘어나게 된다. NASA는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프시케에 진동을 상쇄하기 위한 최첨단 지지대를 장착하고 지상의 신호를 받기 위해 프시케의 송수신기가 지구의 NASA JPL 광통신 망원경 연구소를 향해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NASA는 앞으로 2년간 프시케를 통해 DSOC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또 2024년 말 예정된 아르테미스 2호 우주선에도 DSOC 시스템을 도입해 우주비행사들의 고화질 영상을 지구로 전송할 계획이다. 아비 비스와스 NASA 책임연구원은 “DSOC 기술이 성공하면 우주비행사가 화성으로 가고 그곳에 착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레이저통신은 고화질 이미지 스트리밍을 포함해 많은 정보를 화성에서 지구로 보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