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의 미래 개척은 2024년 청룡의 해에도 계속된다. 테슬라 공장에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투입되고,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연결해 장애를 치료하고 기억을 보관하는 뉴럴링크의 임상도 본격화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화성 탐사와 이주를 이끌 스타십은 지난해 시험 발사의 실패를 딛고 올해 지구궤도 비행에 도전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오젬픽의 바통을 이어받아 바이오 혁명의 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 BBC, 와이어드, 가디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국내외 전망을 종합해 올해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을 미리 살펴봤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반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재개

올해 유인(有人)우주선이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 52년 만에 달에 다녀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1월 흑인, 여성, 캐나다인 등 우주인 4명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를 쏘아 올린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가 올해 달 왕복 비행에 성공할 경우, 이르면 내년 아르테미스 3호로 우주인들의 달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사상 최강·최대 우주 발사체로 꼽히는 스타십 발사에 재도전한다. 앞서 지난해 4월 첫 시험 발사에서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고 비행 4분 만에 공중 폭발했지만, 7개월 후 발사에선 1·2단 분리에 성공하고 비행 시간도 8분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구궤도를 도는 시험 발사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주 발사체에서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이 대기권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타십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스타십은 높이 120m로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크고, 엔진 추력은 7500t에 달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데다 탑승 인원 최대 100명을 화물 150t과 함께 우주로 실어보낼 수 있다. 머스크가 공언한 ‘인류의 화성 이주’에 필수적인 수송 수단으로 꼽히는 이유다.

◇뇌 임플란트 시대 서막

머스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 회사 뉴럴링크는 올해 사람을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 임상을 시작한다. BCI(Brain-Computer Interface)는 뇌의 전기신호를 포착해 컴퓨터 등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전신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구동해 검색과 의사소통을 하고, 자기 몸에 장착한 외골격 로봇으로 마비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식이다. 앞서 원숭이 뇌에 전극을 심는 BCI 실험에 성공한 뉴럴링크는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허가받았다. 소형 칩을 좌뇌와 우뇌에 직접 이식하는 임상시험 인원은 2024년 11명, 2025년 27명, 2026년 79명으로 확대된다. 실제 상업적 사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올해 인체 임상이 ‘뇌 임플란트(이식)’ 시대 서막을 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휴머노이드의 노동 대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테슬라 전기차 공장에 올해 투입된다. 옵티머스는 AI로 시각 인식 기능을 강화했고 사람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다섯 손가락을 갖춰 물건 분류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서 합장하는 요가 동작까지 가능하다.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도 올해부터 연간 1만대 규모로 양산된다. BBC는 “디지트는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시험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푸리에 인텔리전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GR-1′도 올해 수천대가 재난 현장과 가사 서비스에 활용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로봇이 급속도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질병과 싸우는 모기’ 50억마리 생산

올해 브라질에서 질병 퇴치용 모기 50억마리를 퍼뜨린다. 브라질은 한 해 200만건 이상 뎅기열에 감염돼 약 1000명이 사망할 정도로 피해가 큰 국가로 꼽히는데, 올해 첨단 생명공학 기술로 생산한 특수 모기로 이를 퇴치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비영리 기구인 세계 모기 프로그램(WMP)은 월바키아 박테리아를 모기와의 전쟁의 핵심 무기로 꼽는다. 바이러스 복제를 차단하는 월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는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한다. 자연교배를 막는 불임도 나타나기 때문에 점차 개체 수도 줄어든다. 이런 모기를 야생에 퍼트려서 최대한 많은 모기가 감염되도록 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로 전염병 전파를 막는 것이다. 네이처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질병에서 최대 7000만명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경쟁

올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일종으로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등 이상 단백질이 쌓이며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미국과 일본의 바이오 기업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는 지난해 미국과 일본에서 치료제로 승인받고 출시된 데 이어 올해 한국을 비롯해 유럽, 호주, 중국, 캐나다 등에서 허가받을 전망이다. 레켐비는 임상 3상에서 인지 저하를 27% 지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는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도 FDA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도나네맙은 임상 3상에서 인지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을 놓고 레켐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아리바이오가 경구용(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유럽 등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한다.

◇인간의 뇌 닮은 뉴로모픽 컴퓨터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인 뉴런들이 시냅스로 연결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작동한다. 이러한 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해 연산, 저장, 통신 등을 가능하게 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 수퍼컴퓨터가 올해 처음 등장한다.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 연구진은 뉴로모픽 컴퓨터 ‘딥사우스’를 4월 공개한다. 딥사우스는 초당 약 228조번에 달하는 시냅스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간의 뇌처럼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할 수 있는 뉴로모픽 컴퓨터가 범용화되면 AI의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