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지난달 28일 "세브란스 병원의 강점은 환자를 최우선에 두고 필요하다면 과감히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병원은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곳인 만큼 환자의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병원에 대한 신뢰는 진료의 전 과정이 만족스러워야 쌓일 수 있다고 봅니다.”

하종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은 지난달 28일 ‘환자 가치 경영’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한국생산성본부 선정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 3년 연속 전체 1위를 달성했다. 병원이 3년 연속 전체 부문을 통틀어 1위에 오른 것은 NCSI 사상 처음이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 만족을 병원 경영의 최우선 지표로 두는 ‘환자 가치 경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 원장은 “2020년 취임 초반에는 환자들의 불편을 신속히 개선하자는 내 제안에 일선 부서들이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하 원장은 취임 첫해부터 매주 열리는 임원 회의에서 내원객이 남긴 ‘고객의 소리(VOC)’ 내용을 모두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VOC가 건수로만 임원 회의에 전달돼 구체적인 불편 사항을 알기 어려웠다”며 “실제 내용을 같이 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2년 정도 꾸준히 하고 나니 정말로 불편 사항이 많이 줄었다. 지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했다.

하 원장이 도입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입원 환자의 숙면을 위해 온열 안대와 귀마개를 나눠주는 ‘꿀잠 프로젝트’, 시술을 앞둔 환자의 금식 시간을 최소화하는 ‘공복 탈출 프로젝트’ 등이 있다. 그는 “의료진은 알기 어려운 환자들의 불편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2023년부터는 전체 의료 경험의 질을 올릴 수 있도록 ‘환자 여정 지도’를 만들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세심한 노력이 가능했던 것은 세브란스 병원의 의료 환경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하 원장은 “지난해 로봇 수술 4만례 달성, 국내 최초 중입자 암 치료기 도입 등 세브란스의 의료 장비와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우리 병원의 의료진과 교직원 모두 세계적인 수준인데 여기에 환자의 좋은 경험을 더하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겠다고 봤다”고 했다.

세브란스는 올해 환자 응대 부문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환자 가치 경영’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하 원장은 “예를 들어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퇴원했는데 샤워는 언제 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이 생길 수 있는데, 지금은 병동에 직접 전화를 해서 묻는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수십 건의 같은 내용을 답변하다 보니 불친절해지기 쉽다”고 했다. 올해 AI를 도입해 예측 가능한 질문을 사전에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