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우주항공청특별법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연합뉴스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가 될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이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이어 법사위도 통과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지 약 9개월 만인 9일,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올해 5월 우주항공청이 출범한다.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NASA를 만들고 ‘문샷(Moonshot)’ 프로젝트로 불리는 달 탐사 계획을 성공시킨 것처럼, 한국도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달 착륙과 화성 탐사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우주를 개척하는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에 한국도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항공 업무 총괄

우주항공청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연구재단 등에 나뉘어 있는 우주항공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총괄한다. 과기정통부가 그동안 수행했던 우주항공 분야 정책·국제협력 등 기능은 물론 산업부의 항공정책 수립 및 육성 기능, 한국연구재단의 우주항공 분야 사업 관리·평가 기능들이 우주항공청으로 이관된다.

그래픽=양인성

특별법은 과기정통부 산하에 차관급 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도록 했다. 한편 우주항공청을 감독하는 국가우주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대통령실 직속으로 격상된다. 우주항공청 인력은 300명 이내로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범부처 정책 수립, 산업 육성, 국제 협력 등을 담당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으로 편입된다. 다만 두 기관의 본원을 현재 대전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면 국회 동의 절차를 밟도록 했다. 우주항공청은 경상남도 사천에 자리 잡는다.

우주항공청은 공무원과 달리 보수 상한을 폐지하고, 조직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 전문가 영입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파격적인 연봉도 허용한다. 또 팀장 이상 모든 보직에 민간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게 했다. 정부조직법이 20% 이하로 제한한 민간인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를 둔 것이다. 또 1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의 재산 등록과 공개는 유지되지만 주식 백지신탁 의무에 대해선 예외를 둔다. 민간 전문가가 퇴직 후 유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제한 특례도 마련했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관계자는 “국내외 민간 전문가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설계할 수 있는 게 핵심”이라며 “NASA는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본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스페이스X 등 민간에 사업을 맡기는데, 이런 전문가 중심 체계를 우주항공청에 이식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달 착륙, 화성 탐사 등 우주개발 구심점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우주전담기관 중심으로 우주 개발은 물론 민간 우주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유엔우주업무사무소(UNOOSA) 기준으로 우주전담기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74국에 달한다. 주요 20국(G20) 중 우주전담기구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인도와 중국은 각각 인도우주연구소(ISRO)와 중국국가항천국(CNSA)을 통해 달 착륙에 성공했고,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번 달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에 도전한다.

우주항공청은 자체 연구·개발(R&D)을 추진하면서 산·학·연과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는 우주항공청이 주도해 민간과 협력하고, 기존의 소규모 사업은 민간이 진행하되 우주항공청이 평가 및 관리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우주 개발이 어느 한 국가의 힘으로만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우주항공청이 글로벌 우주탐사 프로그램 등 국제 협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은 2032년 달 착륙과 2045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주 개발이 갈수록 국방, 안보, 산업 등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키를 잡고 운영할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산하 기관과 임무를 어떻게 나누고 소통할 것인지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