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이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의 차미영 CI(Chief Investigator)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첫 한국인 단장에 선임됐다고 9일 밝혔다. 차 CI는 독일 보흠 지역에 있는 막스플랑크 보안 및 정보보호 연구소에서 오는 6월부터 단장직 수행을 시작해 ‘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 연구 그룹을 이끌 예정이다.
막스플랑크는 기초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독일 전역과 해외에 85개 산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를 이끄는 300여 명의 단장 중 한국 국적 과학자가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계로는 지난해 8월 미국 국적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강사라 교수가 기후과학연구소 단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차 CI는 구글 스칼라 기준 피인용 수 2만 회가 넘는 데이터 과학 분야 전문가다. KAIST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취득 후 독일 자브르켄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10년부터 KASI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 IBS CI로 선정돼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을 이끌며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수한 논문을 다수 발표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차 CI가 이끄는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2019년 출범해 빅데이터를 계산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을 탐지하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했다. 코로나 유행 시기에 ‘루머를 앞선 팩트’ 캠페인을 기획해 감염병 관련 잘못된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를 151개국에 전파했고, 최근에는 위성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북한을 비롯한 저개발국가의 경제지도를 만들어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노도영 IBS 원장은 “IBS는 미래 연구단장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를 선정해 독립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로 발굴한 연구자가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으로 초청받은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한국과 독일의 국제 연구 교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KAIST가 키워낸 차 교수의 행보는 국제화에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계속해서 KAIST 학생 및 동료와 협업할 수 있도록 겸직을 비롯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했다.
차미영 CI는 “KAIST 교수로 쌓아온 경험에 더하여 IBS에서 긴 호흡으로 창의적인 연구를 지속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라며 “앞으로 큰 책임감을 가지고 데이터 과학을 통한 사회 공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