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블랙홀이 발견됐다. 이 블랙홀은 기존의 블랙홀 형성 이론과 맞지 않는 성질이 있어 초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이 우주 초기에 태양의 수백억배에 달하는 질량에 도달한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연구소·카블리 우주론연구소의 국제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해 빅뱅 발생 후 4억년 밖에 지나지 않은 약 130억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새로운 블랙홀은 우리은하의 100분의 1 정도의 크기인 소형 은하 ‘GN-z11′에서 발견됐다.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00만배에 달하며, 현재 이론으로 추정한 지속 가능한 한계보다 5배 더 빠르게 주변 은하 물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은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성장하는데, 새로 발견한 블랙홀은 현재 이론으로 계산하면 발달하는 데 10억년 가량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는 크기다. 문제는 이 은하가 빅뱅 이후 4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로베르토 마이올리노 교수는 “이 정도 크기의 블랙홀이 발달하기에는 너무 이른 우주여서 기존 이론과 다른 방식으로 형성됐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어쩌면 초기 우주는 가스로 가득차 블랙홀에게는 뷔페와 같은 상태였을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 블랙홀이 애초에 크게 생성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은하보다 100배 더 작고 매우 빛나는 GN-z11의 특징이 블랙홀을 빨리 성장시켰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구진은 또 블랙홀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고속 입자 바람이 은하 중심부에서 가스와 먼지를 밀어내면서 별의 탄생을 중단시켜 은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가능했던 것이 JWST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라고 평했다.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닷컴에 따르면 연구진은 JWST를 통해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블랙홀의 씨앗을 발견, 초질량 블랙홀의 조기 성장을 둘러싼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