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치사율 100%’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17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는 중국 베이징화공대와 난징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이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 ‘GX-P2V’를, 사람에게서 코로나 감염을 매개하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형질을 변환한 쥐들에게 감염시킨 결과, 모두 죽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의 보도는 위협적인 내용은 물론,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실험이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데다 우한의 연구소에서 실제로 바이러스 연구가 이뤄졌던 사실까지 알려지며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식의 음모론이 지금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대해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우려와 “동료 평가 등 검증을 거치지 않은 발표이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바이러스를 만들었는지, 믿을 수 있는 주장인지, 사실이라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5가지 질문으로 풀었다.

Q1. 논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래 사람에게 감염돼도 별다른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팀은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GX-P2V’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생겼는데,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매개하는 ACE2 단백질을 발현시켜 형질을 변환한 쥐를 근거로 들었다. 형질 변환 쥐에게 변이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8일 안에 실험용 쥐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GX-P2V에 감염된 실험용 쥐들은 감염 후 5일째부터 체중이 감소하기 시작해 6일째에는 감염 전보다 체중이 10% 급감했다. 눈은 하얗게 변했고, 8일 안에 모두 죽었다. 쥐들의 뇌, 폐, 눈 등에서 상당량의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으며, 뇌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 바이러스가 뇌를 겨냥해 이동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쥐에서 100%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연구 결과”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해방군(PLA) 종합병원 전경. 국가주석과 공산당 간부 등 중국 고위층이 주로 이용하는 이 병원은 첨단 장비를 갖춘, 중국의 대표적인 임상 의학 연구 시설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Q2. 누가 썼고 어디에 공개됐나

이번 논문은 베이징화공대, 난징대 의대, 베이징의 인민해방군(PLA) 종합병원 등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인민해방군병원이 연구진에 포함된 것에 대해 군사용 연구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논문이 실린 ‘바이오 아카이브’는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학술지가 아니라 바이오 분야 연구자가 동료 검토(피어 리뷰) 없이 작성한 논문을 자유롭게 올리는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다. 학술지 논문은 투고부터 출간까지 반년 이상 걸리지만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는 올리는 즉시 누구나 볼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했다는 논문이 하루에 수십건씩 바이오 아카이브에 올라왔지만,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거의 없었을 정도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지난해 물리학계를 시끄럽게 했던 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LK-99′ 역시 물리학 분야 아카이브에서 공개됐다.

Q3. 연구 내용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포 배양 과정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구조가 단순하고 외부 반응에 취약한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천산갑에게서 발견된 야생 바이러스가 세포 배양 과정을 거치며 변이를 일으켰고, 치사율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로 돌연변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들도 일부 실험에서는 모두 죽은 경우가 있는 만큼 천산갑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실험 쥐를 감염시켰을 때 100% 치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Q4. 인간 전염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가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ACE2 단백질을 발현한 쥐를 사용한 만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ACE2 단백질은 사람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하나의 요인일 뿐, ACE2 단백질이 있다고 무조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또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도 감염되는 동물마다 증상이나 치사율이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감염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무엇보다 실험 과정과 결과가 연구팀의 주장대로 제대로 설계됐는지는 현재로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Q5. 과학계는 왜 우려하나

과학계는 이번 논문에 생물 안전 수준과 주의 사항 등이 명확하게 기록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바이러스가 안전하게 처리됐는지를 우려한다. 정대균 박사는 “바이러스는 언제든 실험자 감염 등을 통해 유출될 수 있는 만큼 각국마다 엄격한 안전 규칙을 세우고 있다”면서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실험을 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체는 적절하게 소각했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보고해야 하지만 이번 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