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조절, 자궁수축 등에 영향을 끼쳐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이 패배나 괴롭힘에 관한 기억에도 관여해 자기방어적 행동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이를 활용해 자폐, 사회 불안 장애 등의 치료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다위린 교수 연구팀은 갈등을 겪은 생쥐들의 뇌 활동을 측정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쥐도 인간처럼 사회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상대방을 피하는 등 자기방어 행동을 한다는 데 착안해 실험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경쟁 관계에 있는 실험쥐를 10분간 한 공간에 둬 갈등 전후의 뇌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10분 동안 발생한 싸움에서 진 생쥐는 이긴 생쥐를 피해 다니는 후퇴 행동을 보였으며, 이런 후퇴 행동이 복측 시상하부의 전 복측(aVMHvl) 부분이 활성화될 때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경쟁 관계에 있는 실험쥐가 처음 만났을 때는 aVMHvl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다가 싸움이 발생해 고통을 받으면 이 부분이 활성화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돼 aVMHvl 세포와 결합, 실험쥐에게 후퇴 행동을 유발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싸움에서 진 생쥐는 향후 24시간 내 상호작용의 빈도가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패배한 생쥐의 aVMHvl 세포 수용체가 옥시토신과 결합하지 못하게 차단하자 후퇴 행동이 사라지는 것이 확인됐다. 반대로 aVMHvl 세포를 활성화한 생쥐는 싸움에서 지지 않았는데도 사회 활동이 줄어드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적 회피 행동에 작용하는 옥시토신의 역할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이를 활용해 자폐증, 사회불안,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같은 장애에 대한 치료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