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는 물론 인체 감염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 최영기 센터장 연구팀은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로 인해 포유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동시에 병원성도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 및 감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파타고니아의 물범 집단 폐사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피해와 함께 인체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유럽, 북미 및 남미 대륙에서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겨울 철새가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재조합을 통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일부는 종간장벽을 넘어 인체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팀은 2021년 국내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부위인 항원성 돌기에 변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변이 부위 아미노산만을 치환한 재조합 바이러스를 제작해 세포 및 동물에서 변이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기존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의 세포 수용체 결합력을 비교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가 조류의 수용체 뿐만 아니라 표유류의 수용체에도 향상된 결합력을 나타냈다. 조류, 포유류 및 인체 유래 세포를 이용한 감염 실험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하여 인체 유래 세포에 대한 향상된 감염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인체감염 가능성도 평가했다. 인체 유래 기관지 상피세포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분석한 결과, 변이 바이러스는 인체 유래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감염양상 및 증식성을 보였다. 바이러스에 생긴 변이가 인체감염 가능성을 증가시켰다는 의미다.
최영기 센터장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수용체 변이로 인해 포유류 및 인체감염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이가 아시아 지역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실험과 대용량 유전체 정보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면서 “향후 이들 바이러스를 신속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 개발 및 인체감염에 대비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